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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 쓴거야?" 나영석PD, '윤식당2'로 전한 '시.각.쾌.감' 
송송은유
2018.01.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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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플 쓴거야?"

물론 그랬을리 없다.

우리는 왜 나영석 사단의 예능을 좋아할까.

돌멩이 하나를 던져줘도 그것을 소재로 흥미로운 예능 한편을 만들어 낼 듯한 기획력, 그리고 그 속편(외전)마저 재밌을 것 같은 신뢰감과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누구든 모실 수 있는 섭외력.

또한 기획·섭외·촬영·후일담의 과정까지 스토리에 포함시키는 구성능력과 편집능력, 웃음이 없는 분량도 살려내는 자막 작성 능력까지 포함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위의 모든것들이 비로소 '우리 눈'에 닿는 순간에는, 나영석PD의 미적 감각. 바로 '영상미'가 작용한다. 

'1박2일'과 '삼시세끼', '알쓸신잡'을 통해 전국을 누비고, '꽃보다' 시리즈, '신서유기'를 통해 세계 곳곳의 '그림'을 카메라 안에 넣어 온 나영석 PD의 심미안(아름다움을 살펴 찾는 안목)은 이제, '갈때까지 간' 모양새다. 

무엇이 예쁜 그림인지 잘 알고, 남이 못 보는 아름다움을 찾으며, 그것들을 어떤 각도와 색감, 기법으로 카메라에 담았을 때 시청자들이 시각적 쾌감을 느끼는지 수없이 경험한 PD.

5일 첫 방송되어 2회째를 맞이한 '윤식당2'은 14.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tvN 역대 예능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외국에서 한식당을 차리다'라는 심플하고 잔잔한 스토리와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에 새로 합류한 박서준의 훈훈한 케미가 기록 달성의 주요 원동력이겠지만,

정작 '윤식당2'가 우리에게 과시하고 있는 것은 한편의 예능이 보여줄 수 있는 영상미의 '끝'이다.

윤식당이 위치한 좁은 골목의 정취와 1호 손님이 앉은 테이블의 작은 창문은 당장이라도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단지 '찍으면 그림'인 스페인 가라치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드론 촬영과 미니어처 촬영기법을 동원해 만든 장관은 스토리와 스토리를 연결시키는 즐거운 눈요깃감이고, '멀리서 찍고, 숨어서 찍는' VJ들의 능력은 단순히 네명의 식당 직원이 출퇴근하는 장면조차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담아낸다. 

조리중이거나 완성된 음식을 카메라에 담는 기술은 도가 텄다. 마치 '어플'이라도 사용한 듯 다른 어느 예능보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을 담는다. 주방과 홀 사이의 공간에서 '벨'을 통해 음식을 주고 받는 장면은 '윤식당2'만의 큰 즐거움 중 하나.

또한 거리의 행인이나 드러누운 강아지, 나무와 풀잎, 가로등이나 외국어로 된 표지판을 비추는 '나영석 표' 장면은, 마치 촬영지에서 자신이 느낀 크고 작은 시각적 즐거움을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려주고 싶은 욕심이 담긴 듯하다. 

성당이나 박물관같은 관광명소보다도, 우리 가슴속에 더 오랫동안 남아있는 여행지의 잔상은, 바로 이러한 소박한 것들이 아닐까.

만약 가락치코시(市)가 예산을 들여 '홍보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면 '윤식당2'의 판권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윤식당2'는 이제 막 2번의 이야기만을 공개했다. 애청자들의 마음은 '가이드' 나영석PD의 초대로, 이미 가락치코로 떠났다.

'윤식당2' 2회에서는 한 스위스 여행객이 맛있는 식사를 즐긴 후, 오너셰프 윤여정을 찾는다. 그는 휴대폰에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이 호텔과 내가 사는 집이다. 알프스 산맥이다. 언젠가 스위스에 오게되면, 이 호텔에서 요리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시즌3를 찍는거다"라고 말한다. 

이 순간, 시청자들은 짧게나마 상상할 수 있었다. 설원에 차려진 아담하고 훈훈한 세번째 윤식당과 나영석 PD가 담아낼 겨울의 정취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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