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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대중교통 무료인가"…냉대받은 서울 미세먼지 대책
장안갑부
2018.01.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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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미세먼지저감 대책 중 하나로 도입한 대중교통 무료 조치가 시행 첫날부터 시민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직면했다.

대중교통 이용객이 뚜렷이 늘어나지 않아 효과 역시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가 이틀 연속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되자 서울시는 일요일이던 14일 오후 5시 10분께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15일 첫차 출발 때부터 오전 9시까지 서울 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면제됐다. 퇴근 시간인 오후 6∼9시 요금 역시 받지 않는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돼 서울 내 대중교통이 무료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첫 무료 승차를 해본 많은 시민이 하루 50억∼60억원(예상치)을 들여 시행하는 이 정책의 효과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서울시가 세금으로 시민들이 이용한 버스·지하철 요금을 대납해주는 구조다.

서초구 내곡동에 사는 박민정(30) 씨는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대중교통 요금을 서울시가 내주는 것에 대해 고맙다기보다는 왜 내주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개인에게는 적은 돈이지만 합치면 엄청나게 많은 세금 아니냐"고 말했다.

박 씨는 "이 돈을 차라리 어려운 사람을 위해 쓰거나 환경개선 사업에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미세먼지는 특히 중국발(發)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근본적 해결책은 건드리지 못한 채 '엉뚱한 치료'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지산(42) 씨는 "차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한번 공짜로 이용하게 해준다고 해서 지하철·버스를 타지 않을 것"이라며 "무료 정책으로 지하철·버스 이용객이 늘어난다고 해도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만 '콩나물 버스'로 인한 피해를 보고, 도로는 뻥뻥 뚫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자가용 운전자가 이득을 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오전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계속해서 '보통' 수준에 머무른 점도 시민들의 공감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가 자정부터 오후 4시까지 50㎍/㎥를 넘어 '나쁨' 수준을 나타내고,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로 '나쁨' 수준으로 예상되는 경우 내려진다.

14일(자정∼오후 4시)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57㎍/㎥로, 발령기준인 50㎍/㎥를 초과했다. 그러나 15일 새벽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50㎍/㎥를 밑돌다가 오후 2시 현재 58㎍/㎥로 높아졌다.

김동술 경희대 교수는 "환경정책은 환경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대중교통 무료 정책 도입을 너무 서두른 것 같다"며 "기반 기술이 발달한 뒤 정책을 도입해도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번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기 때문에 사회성뿐 아니라 경제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6월 초다.

이는 작년 5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시민대토론회에서 참가 시민 3천명이 논의한 내용 등을 토대로 한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토론회에서 "서울에서 심각한 미세먼지 단계가 7번 있었으니,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시행하면) 서울시가 250억원가량을 적자 보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여러분이 결론 내려준 것처럼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중교통 무료 이용은 프랑스 파리도 도입했다가 지난해 초부터 폐지한 정책이다.

파리시 역시 미세먼지 농도 등 대기오염 척도가 경계기준을 넘으면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버스와 지하철을 비롯해 파리시 공용자전거 시스템인 '벨리브', 전기 자동차 대여 시스템 '오토리브'(Autolib)를 무료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작년부터 대기오염이 심해도 대중교통을 무료로 운영하지 않고, 대신 수도권 내에서 하루 동안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표를 3.8유로(약 4천900원)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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