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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난임’을 만드는 사회❤❤❤
❤❤❤장안갑부❤❤❤
2018.05.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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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차 김송이(37·가명)씨는 3년 전부터 난임병원에 다니고 있다. 원인 불명의 난임이다.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그는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내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현실이 괴롭다. 올해 3월에는 세 번째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임신됐는데 7주 때 유산했다. 두 번째 유산이다. 그런데 시댁이나 주위 사람들은 “언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냐”고 자꾸 채근한다. 

“몸도 힘들지만 사람들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아요. 어떤 분은 ‘여행 가면 생긴다’고 하고, 어떤 분은 ‘노력을 더 해봐’라고 해요. 내 앞에서 ‘우리 딸은 기특하게 바로 생겨 다행이다’라는 말을 하는 분도 있어요.”

이진주(35·가명)씨는 어느 날 자신의 질병코드에 ‘불임’이라고 써 있는 걸 보고 펑펑 울었단다. 가뜩이나 시험관 시술이 안 돼 마음이 무거웠는데 그 단어가 “인생 실패한 사람”으로 낙인찍는 것 같았다. 근래에는 불임이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의미를 순화하기 위해 이를 난임으로 대체하는 추세지만, 아직 ‘불임’과 ‘난임’이 혼용되고 있다. 2012년 5월 모자보건법에서는 기존 법령의 불임이라는 용어를 난임으로 개정했다. 

김씨와 이씨의 고통은 이들만의 아픔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난임 진단자 수는 2004년 12만여 명에서 2016년 22만여 명으로 10여 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난임은 부부가 피임 없이 1년 이상 정상적으로 부부 생활을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2016년 기준 여성 난임 환자가 15만8천 명, 남성 난임이 6만3천 명이다.

22만여 명의 난임 진단자들 

지난 5월16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국난임가족협의회. 난임 치료 중인 여성 5명이 난임 관련 상담과 교육을 받고 있었다. 병원에서 받을 수 없는 심리상담을 받고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을 만나려고 온 이들이다. 이주영(가명·37)씨는 5년째 이어지는 난임 시술을 계속할지 고민하고 있다. 시험관 시술, 주사제, 약값, 검사비 등 매달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는 것도 버겁다. “배아가 나오면 착상 전 검사를 하는데, 개당 20만원 정도예요. 8개 검사하면 160만원이 나가는 거죠. 만약 다 정상이 안 나와도 검사비는 다 내야 돼요. 냉동배아 이식 2번 하는데 700여 만원이 나갔어요.” 

소소하게 들어가는 비용도 많다. “길게는 45일 정도 매일 맞아야 하는 주사가 있어요. 착상을 돕는 주사죠. 그거 하나 맞으려고 다니던 병원에 가도 주사 행위 비용이라 해서 3천∼4천원을 냅니다. 그걸 맞으면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메슥거리고 가슴이 아프기도 해요. 이게 호르몬제 부작용인지….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기 가지려고 맞는 거죠.” 병원에서는 주사제와 약의 부작용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다들 병원에서 느끼는 굴욕감도 이야기했다. 김미영(34·가명)씨는 “초음파실 앞에서 검사 때 입는 치마를 입고 검사받으려고 쭉 서 있어요. 빨리 초음파를 찍고 나가야 하니 미리 그렇게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는 거예요. 순서가 되면 1분 정도 엉덩이 붙이고 초음파 보고 나와요”라고 말했다. 초음파실에는 커튼 하나 사이로 7∼9개의 침대가 있다고 한다. 그곳에 가면 “동물 교배하는 수용소 같다”는 생각이 든단다. “방음이 안 되니 옆 사람 임신 소식도 알게 되고 어쩔 땐 아기 심장 소리도 들어요. 난 임신이 안 됐는데 바로 옆에서 그런 걸 들으면 힘들어요.” 이씨는 환자 개인정보 보호가 안 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난자 채취하면 누가 몇 개 했는지까지 전광판에 떠요. 내 정보가 공유되는데 그 상황이 비참해요.”

보이지 않는 고통, 유산 

여성 난임 환자들은 시술 과정에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까지 견뎌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주요 선진국의 난임 상담 프로그램의 운영 실태와 정책과제’(2015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난임 여성(남편이 난임인 경우 포함) 1063명 가운데 체외수정 또는 인공수정 시술 기간 중에 60% 이상이 정신적 고통과 고립감·우울이 심각했다고 응답했다. 50% 이상이 난임으로 사회적 편견을 느끼고 있었다. 또 30% 이상이 시댁 부모와 가족의 편견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이로 인해 전체 시술 여성의 40% 이상이 난임 부부를 대상으로 정서적, 심리적 치료와 상담 프로그램을 원했다. 

더욱이 난임 치료 도중에 아기가 잘못됐을 때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극심하다. 이건 보이지 않는 고통이다. 우리나라 난임 사업 결과보고에서는 유산율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 한국난임가족연합회 박춘선 대표는 “병원에서 공개하는 성공률은 임신 12주까지 유지된 수치예요. 이게 곧 출산율은 아니에요. 그 이후 과정에서 유산율이 10∼15% 정도 되는데 이런 건 잘 알려져 있지 않죠”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런 고통을 겪은 난임 여성들이 전문가 상담 없이 혼자 견뎌왔다고 지적한다. 현재 난임 시술 기관에서 난임 전문의에게 대부분 시술과 관련된 의료적 상담을 받고 있으나 심리상담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과 일본에서는 난임 상담의 중요성을 인식해 난임 정신과 심리상담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6년부터 난임으로 고민하는 부부에게 전문 의료진의 상담을 지원하는 ‘난임전문상담센터사업’을 했다. 

자존감, 여성성, 사회적 관계 악화 

이들은 ‘의학적 난임’뿐 아니라 ‘사회적 난임’으로도 힘들다. 김씨는 “남들은 난임을 너무 가볍게 얘기해요. 시험관 시술하면 쉽게 쌍둥이가 생기는 줄 알아요. 방송에서 성공 사례만 나가니까요. 다들 의술이 발달해 병원 다니면 되는 줄 알아요. 계속 시술에 실패하면 사람들은 저를 이상하게 봐요. 뭔가 몸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느껴져요. 그러면 나도 모르게 눈치를 봐요. 시댁에 가면 항상 주눅 들어 있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도 주위에서 임신과 출산을 물어볼 때마다 힘겹다. “아이가 없다고 하면 ‘누가 문제가 있는 거냐’고 꼬치꼬치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아이 하나는 꼭 낳아야 한다는 말을 덧붙여요. 자꾸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러니 사람들 만나기가 싫어져요. 집에만 있는 날이 느는 것 같아요.” 

난임은 자존감, 여성성,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장기간의 치료 과정에서 만성적 무기력과 우울증을 겪는다. 여기에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위축되는 기분이 다시 난임 여성들의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준다. 또다시 난임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씨는 “아이 있는 친구들과도 점점 멀어지고 치료받는 것도 힘들어서, 하루는 남편한테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그럼 치료 그만하자’고 해요. 난 위로받고 싶어 한 얘긴데. 더 이상 얘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가장 가까이 있는 이 사람도 이러는데 다른 사람들은 날 더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싶고. 외로웠어요”라고 말했다. 

끊을 수 없는 가족주의라는 끈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고통받는 그들은 난임 치료를 계속 이어갈까. 김씨는 얼마 전 시댁에서 입양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실은 그도 요즘 난임 치료를 끝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5년 동안 난임 치료 중인 조은희(40·가명)씨도 매번 고민이지만 아직 포기할 수 없을 것 같다. “힘들죠. 그런데 아이가 있어야 이 사회 구성원으로 남을 수 있잖아요. 가족 안에서 공식적인 가족원이 될 수 있으니까요.” 난임 치료를 포기하는 순간 끊어지는 가족주의라는 끈. 이씨는 아슬아슬하게 그 끈을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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