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하게 요금을 내지 않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부정승차가 해마다 늘고 있다. 부정승차 방식도 과거 게이트를 뛰어넘는 행태에서 성인이 어린이 카드를 사용하는 등 교묘하게 진화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단속에 나서지만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다.
■부정승차 매년 증가...지난해 4만5000건
지난 10일 오후 4시께 서울 홍대입구역은 오가는 승객들로 붐볐다. 비상게이트를 이용하는 승객도 많았다. 비상게이트에는 ‘이 게이트는 교통약자(장애인, 휠체어, 유모차) 이동편의 시설로, 일반인의 사용을 제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3시50분부터 오후 4시20분까지 30분간 비상게이트 1곳 이용자는 44명이었다. 이중 부피가 큰 여행가방, 유아동반 등을 제외한 일반인 이용자는 22명이었다.
비상게이트는 쉽게 열렸다. 중년 남성이 비상게이트 버튼을 누르자 부착된 스피커에서 “무슨 일이시죠?”라는 역무원 목소리가 들렸다. 남성은 “화장실 좀 갈게요”라고 말한 뒤 교통카드를 찍지 않은 채 게이트를 통과했다. 화장실은 게이트에서 10여m 앞이었다. 남성은 화장실 반대방향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여행가방을 끄는 외국인 관광객 뒤에 붙어 비상게이트를 통과하는 20대 여성도 있었다. 카드를 찍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비상게이트 지침은 따로 없고 역무원들이 승객을 일일이 의심부터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선의를 믿는 것이다"고 털어놨다.
부정승차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서울교통공사 ‘부정승차 단속현황’에 따르면 2017년 1~8호선 지하철 부정승차 단속은 4만5093건으로 3년 전인 2014년 3만2108건 보다 '1만건' 이상 늘었다. 부가금도 덩달아 오른다. 2014년 11억원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약 18억원이 걷혔다. 부정승차 적발 시 서울교통공사 조례에 의해 해당운임과 부가운임 30배를 징수한다.
부정승차 방식도 바뀌고 있다. 과거 요금을 내지 않고 몰래 게이트를 통과하는 방식이었다면 일반인이 당당히 노인이나 어린이 카드를 찍다 적발되는 경우가 늘었다. 부정승차 유형은 크게 3가지로, △승차권 없이 게이트를 뛰어넘는 무표미신고 △우대권(노인, 장애인 등) 부정 △할인권(청소년, 어린이) 부정이다. 이중 무표미신고는 줄지만 우대권, 할인권 부정은 3년 전에 비해 각각 약 1.5배, 3배씩 증가했다.
■형사처벌 가능하지만 단속 어려워
상습 부정승차객을 두고 처벌이 약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대개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이다. B씨는 2015년 이태원역에서 47회에 걸쳐 부정승차를 했다. 어린이교통카드를 사용했다. 일반인 지하철 기본운임이 1350원이지만 어린이 카드를 사용하면 450원으로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B씨를 악성 부정승차객으로 판단, 편의시설부정이용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그는 법원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부가금은 약 196만원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늘어나는 부정승차를 막기 위해 단속에 세부적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연 2회 특별단속기간을 두고 있다. 부정승차 적발 시 역무원이 프로그램을 통해 부정승차 횟수, 구간 등을 확인한다. 이후 부정승차객에게 불법임을 알리고 부가금 납부방법을 통지한다. 부정승차자가 부가금을 장기간 내지 않으면 형사고소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단속과 처벌을 보강하는 방법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부정승차 단속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역무원이 부정승차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게이트 램프에는 색깔별 이용자가 표시된다. 어린이는 녹색, 청소년은 청색, 노인은 적색, 장애인·유공자는 황색이다. 일반인은 색이 없다. 하지만 정작 이를 직접 확인할 인력은 부족하다. 역무 관계자는 “지하철 역내 단속인원은 2~5명으로, 2교대”라며 “부정승차 단속 외의 업무가 있고 출퇴근 인파 속 단속도 쉽지 않다. 시민들을 믿는 수 밖에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지하철 홍대입구역 게이트에 '승차권 부정 사용시 해당운임과 부가운임 30배 징수'라는 문구가 젹혀 있다.
비상게이트에는 ‘이 게이트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시설로 일반인의 사용을 제한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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