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1월 24일 제주에 대설·강풍 특보가 발효되면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오가는 항공편이 전편 결항됐습니다. 이로 인해 제주를 찾았다가 떠나려던 설 연휴 귀경객과 관광객 4여명의 발이 묶였습니다.
"20년 동안 제주도를 오갔는데 명절날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24일 제주공항 3층에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은 40대 남성 A씨는 한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A씨는 설을 맞아 가족과 함께 고향인 제주를 찾았다가 폭설과 강풍에 따른 항공기 결항 소식을 듣고 이날 새벽 4시부터 공항을 찾았습니다.
A씨는 "내일부터 출근해야 하고 26일부터는 아이 학교가 개학한다"며 "혹시라도 날씨가 풀리거나 여분 표가 생기면 바로 떠날 수 있게 밤까지는 공항에 있어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어제 저녁 결항 소식을 문자로만 전달받았다"며 "대체 항공편 안내가 충분히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귀경길에 큰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SNS에 항공편 상황을 공유하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설 연휴를 맞아 2박3일 일정으로 제주 관광을 한 뒤 오늘 점심 서울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어젯밤이 돼서야 항공편 결항 소식을 알았다"며 "당장 내일 출근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했습니다.
제주, 하늘길에 바닷길도 모두 끊겼다
제주에는 지난 23일 밤부터 25일까지 산지 최대 70cm, 산지를 제외한 곳은 5~20cm가량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일부 지역 한파·강풍 특보도 발효됐습니다.
악천후가 이어지면서 뱃길도 막힌 상황입니다. 이날 제주 연안에는 물결이 2~4m, 최대 5m 이상의 높은 파도가 일면서 제주와 육지를 잇는 배 11편이 모두 결항된 상태입니다.
제주에서 출발하는 항공편과 배편이 이날 폭설과 강풍으로 대거 결항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대체 항공편을 알아보거나 일정을 변경하려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공항으로 몰렸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습니다.
항공사 응대가 정식으로 시작된 오전 7시 전부터 공항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혹시라도 항공편을 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공항을 찾은 분들은 바닥에 앉아 챙겨온 짐에 기댄 상태로 항공사 직원들을 기다렸습니다. 결항 승객을 위한 카운터가 열리자 항공사별로 줄을 길게 늘어섰고 항공사 직원의 안내와 시민들의 고성이 곳곳에서 오갔습니다.
제주지방항공청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제주공항을 오가는 항공기 467편은 모두 결항됐습니다. 이날 제주공항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승객 4만3000명이 모두 발이 묶였습니다.
그나마 도착지가 서울 김포공항인 사람들은 상황이 낫습니다. 항공사마다 긴급 편성, 제공하는 대체 항공편 대부분이 서울 김포행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항공사들이 결항 이용객들을 위해 편성한 25일 대체 항공편은 모두 12편으로 아시아나항공 8편, 에어부산 2편, 티웨이항공 2편입니다. 이 중 김해공항행 에어부산 1편과 대구공항행 티웨이항공 1편을 제외하면 모두 김포공항과 인천공항행 노선입니다.
제주도는 24일 오전 5시부터 폭설과 한파, 강풍에 따른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2단계로 상향하고, 13개 협업부서와 24시간 비상근무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도로인 1100도로와 516도로는 대형·소형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습니다. 한라산 탐방로도 전면 출입이 금지됐습니다.
강동원 제주도 도민안전건강실장은 "대설, 강풍, 풍랑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광객과 도민들은 TV,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기상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해안가 등 위험지역 통제선 내에는 출입하면 안된다"면서 "빙판길 보행자 낙상사고에 각별히 주의하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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