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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3시간 촬영, 보조출연은 밥도 안 줘…10대 연기자의 눈물
📱갤럭시📱
2020.01.1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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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가장 오래 촬영한 건 23시간이었어요. 사극 드라마를 찍는 겨울 야외 촬영이었는데, 그날은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아동·청소년 연기자 ㄱ씨)

“어디를 가든 보출(보조출연)과 단역, 주연의 대기공간이 달라요. 한 촬영장에서 단역은 대기실에서, 보출은 추운 로비에서 대기하라고 했어요.” (아동·청소년 연기자 ㄴ씨)

방송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이 장시간 촬영과 폭언, 차별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팝업(Pop-UP)’은 14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팝업은 2018년부터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실태조사, 캠페인, 간담회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인권보호 활동을 하는 단체다. 

‘쪽대본’(촬영 당일 급하게 나온 대본)과 밤샘 촬영 등 성인 배우에게도 힘든 드라마 촬영 현장은 아동·청소년 배우들한테 더 잔혹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장시간 촬영(대기 시간 포함) 여부를 묻는 말에 6∼19살 아동·청소년 103명 가운데 ‘12시간 이상~18시간 미만’이라고 답한 이가 36.9%(38명)로 가장 많았다. ‘18시간 이상~24시간 미만’도 21.4%(22명)나 됐고, ‘24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이도 2.9%(3명)였다.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은 출연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조사 결과, ‘약속된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고 답한 이가 28.2%(29명)나 됐다. 한 아동·청소년 연기자의 보호자는 “보통 회당 출연료가 정해져 있는데 최근 한 지상파 드라마에서 5∼6회차를 하루에 다 찍더니 하루 비용만 줬다. 오전에 짧게 촬영했으니 출연료의 절반만 주는 곳도 있다. 제작자들은 ‘너가 안 해도 할 애들은 많다’는 말도 한다”고 증언했다.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비정상적인 아역 배우 시장에서 출연료를 떼이는 경우도 흔했다. 아동·청소년 연기자 ㄷ씨는 “엔터(소속사) 밑에 하청, 그 밑에 재하청, 또 재하청 이렇게 있는 구조다. 캐스팅 디렉터분들이 중간에서 34%, 26% 이런 식으로 출연료를 떼어간다. 몇번의 하청을 거쳤는지에 따라 받는 금액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아동·청소년 연기자들은 ‘급’에 따른 차별에 노출되기도 했다. 심층 조사에서 “촬영장에서 식사도 보출은 안 주고, 단역부터 준다”거나 “단역은 대기실에서 대기하지만 보출은 대기실도 없다”는 증언이 나왔다. 배역의 비중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어른 배우들의 세계’가 아동·청소년 배우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인권 침해가 빈번한데도 아동·청소년 배우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을 중의 을’이다. 조사 결과, ‘욕설·외모 지적을 비롯한 인격적 모독 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이들은 모두 26.7%(28명)였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캐스팅에 불이익이 생길까봐 두려워 참고 넘어갔다’(10명)는 점이다. 촬영 도중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 가운데 신고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명도 없었다.

아동·청소년 연기자의 보호자 ㄹ씨는 “최근 한 촬영장에서 자정이 넘었는데도 초등학교 1학년 아역배우를 붙들고 있었는데, 아이의 엄마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촬영장에 경찰이 출동하는 바람에 현장이 뒤집혔다고 하더라”라며 “감독이 열 받아서 ‘애 그렇게 연기시키고 싶어 안달이면서 12시 넘었다고 신고하느냐’고 말한 뒤부터 그 어머니를 안 부른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아동·청소년 연기자의 보호자도 “캐스팅 디렉터라는 분들이 (촬영 현장에) 다니면서 말이 많거나 시끄럽거나 캐스팅 건에 대해서 발설하는 엄마와 아이를 리스트로 체크하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팝업은 “2014년 도입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은 기본권 보장에 필요한 조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모호하고 그 위반 행위에 대해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며 “아동·청소년 연기자 보호를 위한 전담 감독관 파견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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