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Push
나이 속여 처음 배운 활쏘기, 나이 더 들어도 계속하고 싶다
📱갤럭시📱
2022.05.17 20:07
364

부산에서 60년 넘게 한국 전통 활쏘기(국궁)를 이어 가는 인물이 나와 눈길이 쏠린다. 올해 89세에 이른 박운봉 부산 궁도장 '사직정' 고문. 그는 구순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정정한 모습으로 부산 국궁계의 명맥을 잇고 있다.

1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부산 연제구 거제동 사직정에선 ‘벽초 박운봉 고문 집궁 60주년 축하 초청 궁도대회’가 열렸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사직정에서 주인공 박 고문이 축사를 하며 대회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89세… 부산 궁도장 고문 역

29세 때 전통 활쏘기 ‘국궁’ 시작

경력 60년 넘은 건 부산서 두 번째

15일 60년 축하 궁도대회 개최

부산·울산 회원 170명 실력 겨뤄

후배들 “국궁계 구심점이자 스승”

박 고문이 일어나자 행사에 참여한 회원들은 힘찬 박수를 보냈다. 구순을 바라본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허리는 꼿꼿했고 목소리는 또렷했다. 박 고문은 “활쏘기에 정말 좋은 날씨다”면서 “집궁 60년을 축하해 주러 오신 분들이 많아 정말 기쁘고 고맙다”고 대회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부산궁도협회 회장과 궁도계 원로들이 참석했다. 울산 청학정, 부산 지역 궁도장 4곳(구덕정·낙동정·수영정·사직정) 소속 회원 등 총 170여 명이 대회에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박 고문은 부산 국궁계의 ‘큰 스승’으로 불린다. 박 고문은 올해 89세로 활시위를 당긴 지 60년이 됐다. 그는 20대 중반 경남 통영에서 열린 국궁 대회를 보고 활의 매력에 빠져 29세 때부터 국궁을 시작했다. 박 고문은 “당시 한복 입은 사람들이 활을 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며 “국궁을 배우기 위해 수소문해 궁도장을 겨우 찾았는데 20대는 너무 어려 가르쳐 주지 않겠다고 해서 나이를 서른이라고 속여 겨우 활쏘기를 배울 수 있었다”고 웃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전국체육대회 부산시 대표로 출전했고 2001년부터 지금까지 부산 사직정 고문을 맡고 있다.

부산궁도협회에 따르면 집궁(활쏘기를 시작함) 60년이 넘는 인물이 부산에서 나온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전국적으로도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국궁은 한국 전통 활을 쏘는 스포츠로, 고대부터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활쏘기는 삼국시대부터 기록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랜 문화적 자산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2020년 7월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하며 가치를 인정했다. 박 고문은 6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활쏘기를 하며 국궁이라는 전통문화의 명맥을 이어왔다.

박 고문은 구순을 바라보지만 30파운드가 넘는 장력을 지닌 활을 매일같이 쏘는 건장한 모습을 보인다. 활을 잡은 박 고문의 팔에는 핏줄이 선명했다. 오랜 시간 활쏘기를 해서 허벅지도 탄탄했다. 국궁은 정적인 운동처럼 보이지만 전신 근육을 사용하는 동적인 운동이다. 양궁보다 배나 긴 145m 거리에 놓인 과녁판을 맞혀야 한다. 과녁판을 맞히면 1점을 얻는다. 부산궁도협회 사직정 관계자는 “옛 조상들이 무과시험을 볼 때 활쏘기를 진행했는데, 당시 과녁판까지 거리가 145m였다”며 “긴 거리의 과녁판을 향해 매일 활을 쏜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한 육체를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국궁은 건강한 정신과 예절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박 고문은 이러한 ‘국궁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는 부산 국궁계의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박 고문은 제자들을 직접 양성하는 사범은 아니었지만 국궁을 배우러 오는 회원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부산 사직정 장상수 사범은 “박 고문은 활쏘기를 배우러 오는 회원들 이름을 전부 외울 정도로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 많은 분”이라며 “국궁을 올바르게 즐길 수 있도록 사범들과 회원들에게 조언을 해 주는 부산 국궁계의 구심점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부산 궁도협회 장오현 부회장도 “90세까지 활을 쏘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며 “한 분야에 60년 동안 매진했다는 것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박 고문은 집궁한 지 60년이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한다. 박 고문은 “전통활을 잡은 지 60년이나 됐다니 감회가 새롭다”며 “건강하게 오랫동안 활을 쏘고 싶고, 더불어 한국 전통 스포츠인 국궁이 더욱 대중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 (0/400)자 이내 저장됩니다.)

댓글 4

구글 추천 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