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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넷 간호사 아빠, 위암 투병 중에도 ‘코로나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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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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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초까지 유정록(사진·39) 씨는 병원을 떠난 ‘유휴 간호사’였다. 누군가의 병을 고치던 지난해 1월 위암 초기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네 자매의 아버지였던 30대 간호사는 ‘육아휴직’에 들어갔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치료를 병행했다. 올 2월에는 자신이 근무하던 부산 송도요양병원을 떠나야만 했다.

온전히 휴식을 취하던 그때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졌다. 특히 대구·경북은 의료 인력이 부족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그는 간호사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흔쾌히 자원했다. 둘째 아이 생일이었던 올 3월 5일 밤, 경북 청도대남병원으로 향했다.

위암 판정받고 휴직 중이던 3월

청도대남병원 의료봉사 자원

4월부터 부산역 선별진료소 근무

“각자 자리 지키는 시민 모두 영웅”

그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조금이라도 실천하고 싶었다”며 “위암 초기라 몸 상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고, 미약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유 간호사는 2주간 파견 근무를 하며 최전선을 지켰다.

2주 격리를 마친 그는 멈추지 않았다. 부산역에 새롭게 설치된 해외입국자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할 수 있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올 4월부터 현장을 지켜온 유 간호사는 지금까지 낮이든 밤이든 방역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위암 치료도 급한 상황에서 코로나19와도 맞서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21일 외래 진료를 받았는데 위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해 외과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며 “선별진료소 팀장님과 동료들이 힘을 합쳐 일하는 덕분에 업무 현장에서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22일 유 간호사는 부산시가 선정하는 제36회 ‘자랑스러운 시민상’ 대상에 선정됐다. 위암 투병 중에도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싸운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날 그는 “자격 없고 부족한 사람에게 상을 주셔서 부끄러울 따름이다”며 “코로나19 최전선에 있다는 이유로 눈에 띄어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각자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부산 시민 모두가 이 시대 진정한 영웅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유 간호사를 포함해 올해 자랑스러운 시민상에는 총 7명이 뽑혔다. 올해는 대다수가 코로나19와 관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우선 ‘애향’ 부문 본상에는 조미자 부산시 새마을부녀회 부회장이 선정됐다. 그는 코로나19 초기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자 수제 마스크 1만여 장을 제작해 나눠 줬다. 장려상은 부산 장애인 복지사업과 바리스타 교육 등에 힘을 쏟은 비씨엠 고주복 대표이사가 수상자로 뽑혔다.

올해 ‘봉사’ 부문 본상은 김규분 대한적십자봉사회 부산시협의회 회장에게 돌아갔다. 그는 코로나19 자가격리자 중 저소득자를 위해 부산 지역 전체 소요 물량 중 80% 정도의 긴급구호키트와 비상식량세트 제작을 주도했다.

장려상은 고숙자 씨와 의료용품업체 너스키니 김은비 대표이사가 공동 선정됐다. 고 씨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YWCA 활동 등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이어갔다. 김 대표이사는 코로나19 이후 의료진을 돕기 위해 마스크, 필터, 간호화와 응원 물품을 기부했다.

올해 ‘희생’ 부문 본상은 부산의료원 허정훈 호흡기내과 과장이 선정되었다. 메르스 때부터 감염병 관련 분야에서 활동한 그는 코로나19 의료 현장 최일선에서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감염병 부서뿐만 아니라 부산의료원 전체가 유기적으로 대응하도록 이끌어 신속한 진료와 예방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랑스러운 시민상 시상식은 다음 달 5일 오전 10시 비대면 온라인 행사로 진행되는 ‘부산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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