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서식하는 진드기의 약 12%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게 물리면, 사람이 사망할 수 있어 일명 '살인 진드기'라고 불린다. 다가오는 6~8월 진드기 개체수가 많아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SFTS는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침진드기과에 속하는 작은 소피참진드기가 주요 감염매개체다. 제주도 지역에서 특히 발병률이 높다. 지난해엔 제주도에서 2명이 SFTS로 사망하기도 했다.
물리면 38~40도의 고열, 오심, 구토, 복통, 설사, 식욕부진, 혈뇨, 혈변, 결막충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정신이 혼미해지는 신경계 증상을 보이다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치명률이 10~27%로 매우 높지만, 효과적인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살인 진드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한양대 의대 미생물학과 이근화 교수 연구팀은 국내 가장 발병률이 높은 제주도 내 진드기의 SFTS 바이러스 감염률을 확인하기 위해 2016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진드기를 수집했다. 채집된 진드기는 총 3457마리였다.
분석 결과, 12.6%가 SFTS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는데, 국내 다른 지역 감염률이 약 1~6%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제주도 지역 진드기의 SFTS 바이러스 감염률은 국내 다른 지역 감염률보다 2~12배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채집된 진드기의 98.4%는 작은소피참진드기였고, 이 중 81.3%는 성충이 되기 전 약충 단계였다. 제주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선흘리가 15.4%로 살인 진드기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애월읍 12.8%, 하도리 12.0%, 저지리 10.3%, 보목리 8.4% 순으로 확인됐다. 진드기는 1년 내내 채집됐지만, 특히 6~8월 가장 많이 잡혔고 SFTS 감염 환자도 이 시기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제주도에 살인 진드기가 많은 이유는 아열대 기후라 진드기가 번식하기 좋은 기후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SFTS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다. 작은소피참진드기의 크기는 0.1~7mm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농작업, 등산, 산책, 캠핑 등 야외활동을 할 때는 ▲돗자리를 펴서 앉고 ▲사용한 돗자리는 세척하여 햇볕에 말리고 ▲풀밭 위에 옷을 벗어두거나 눕지 않고 ▲풀밭에서 용변 보지 않고 ▲야외작업 시에는 일상복이 아닌 작업복을 구분하여 착용하고 ▲옷 소매와 바지 끝을 단단히 여미고 장화 신고 ▲작업이나 야외활동을 할 때는 기피제 사용하고 ▲야외활동 후 샤워를 하고 ▲옷은 털어서 반드시 세탁하고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에 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야외활동 후 2주 이내에 고열이나 소화기증상이 있다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진료받는 게 안전하다.
한편, 영국 보건당국(UKHSA)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병원체로 SFTS 바이러스를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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