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서 두려운 암, 바로 위암이다. 위암은 수십 년간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었지만, 지금은 위암 환자가 줄고 있다. 2020년 기준 위암 발생자수는 2만 6662명으로 대장암과 자리를 바꾸어 암 발생 4위로 내려갔다. 위암 생존율은 크게 높아졌다. 불과 20년 전(1993~1995년)만 해도 5년 생존율이 43.9% 였지만, 최근(2016~2020년)에는 78%로 30%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이런 변화에는 암 조기 발견 정책과 위암 술기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위암도 4기가 되면 생존이 어렵다. 일례로 가장 흔한 복막 전이가 있으면 1년을 채 못산다. 국내 복강경 위암 수술의 선구자 중앙대광명병원 외과 김형호 교수는 최근 위암이 복막에 전이된 4기 위암 환자 치료에 몰두하고 있다. 수술 전 항암 치료를 효과적으로 해서 복막에 퍼진 암을 줄이면 수술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복막에 효과적으로 닿을 수 있는 항암 약물 전달 시스템 임상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그를 만나 변화된 위암 트렌드에 대해 들었다.
-위암 발생이 감소하고 있다?
그렇다. 위암 발생은 10만 명당 4.5명씩 줄어드는 추세다. 여성은 더 감소하고 있다. 일본도 위암 발생이 정점을 찍고 환자가 줄고 있다. 중국만 줄지 않고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전세계 위암의 70%가 발생하고 있으며, 위암 발생률 세계 1위가 몽골이고, 우리나라는 2위다. 몽골, 중국에 위암 환자가 많은 건 위생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위암은 위생과 관련이 깊은 암이다. 실제 1920년대 미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위암이었다.
-위암 주된 원인은?
위암은 유전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지배적인 암이다. 대표적인 것이 ‘헬리코박터균’이다. 위산에도 살아남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에 붙어 만성적인 위염을 일으키며 위암까지 진행한다. 과거와 달리 식수 관리 등 위생 환경이 좋아지고, 항생제를 통한 제균 치료가 확대되면서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감소하고 있다. 1990년 후반만 해도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70%였지만 지금은 50%대로 감소했다. 소금도 위암의 원인인데, 소금 섭취량이 줄었다. 2012년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4549.4㎎였다. 2021년엔 3038mg으로 10년 새 33.2% 줄었다.
-가족력은 어떤가?
가족력이 지배적이지는 않지만, 가족력과 관련이 있는 위암도 있다. 암세포가 위벽을 파고들며 넓게 자라는 ‘미만형 위암’이다. 미만형 위암은 젊은 여성에게 특히 많으며, 유전자 변이가 관여한다. 특히 CDH1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미만형 위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에서는 예방적 위절제술까지 하고 있다. 위암 가족력은 위암 환자가 직계가족, 친척을 포함해 동세대에 2명, 아래 위세대까지 포함해 3명 이상 있으면 의심해볼 수 있다.
-위암 조기 발견에 위내시경 검사의 공이 큰 반면, 너무 잦은 검사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현재 국가 위암 검진 스케줄인 40세 이상에서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조기 위암에서 진행성 위암으로 발전하는데, 2년 이상 걸린다. 조기 위암을 놓쳤다고 하더라도 2년 마다 내시경을 하면 비교적 빨리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위암 5년 생존율이 두 배 가까이 올라간 데에는 국가 위암 검진의 공이 컸다. 지금은 70%가 조기 위암이다. 위암의 생존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일본도 우리의 국가 위암 검진을 벤치마킹했다. 한국인에게 위암이 흔하다고 매년 위암 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겠지만, 40세 이상이라면 2년에 한 번은 받아야 한다.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궤양 등 이상 소견이 있다면 40세 이전에도 받아야 한다.
-위암 증상은 정말 없나?
증상으로 위암을 판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위암이 퍼져 당장 내일 죽을 것 같은 사람도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가 있다. 위 증상은 워낙 흔하며, 증상으로 암의 여부나 경중을 판단할 것은 아니다. 아주 초기 암이라도 출혈이 발생하거나 복수가 차는 경우도 있다.
중앙대광명병원 외과 김형호 교수/ 중앙대광명병원 제공
-1996년 국내 최초로 복강경 위 절제술 시행했다?
그렇다. 복강경 위암 수술의 효용성을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한 것은 우리나라 위암 분야의 큰 업적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엔 위암 수술은 배를 열고 해야 하는 수술이었지만 지금은 조기 위암의 90% 이상을 복강경으로 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일본에서 복강경 수술을 시작했고, 그 즈음 한국에서도 복강경 수술을 도입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전공의를 마치고 임상 경력을 쌓아야할 때라 복강경 수술에 도전을 했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과학적 검증도 했다. 복강경 위 절제술이 개복 수술과 비교해 성적이 뒤지지 않고, 출혈·흉터 등에서는 장점이 크다는 것을 입증했다. 복강경 위암 수술은 이제 '스탠다드(표준)'가 됐다고 보면 된다. 다만 위 상부에 생긴 진행암에서는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과 비교해 성적이 대등한 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오면 진료 권고안에 삽입될 것이다. 위암 수술은 외과 수술에 있어 '고향' 같은 것이다. 한국에서는 위암 환자가 워낙 많기 때문인데, 복강경으로 위암 수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을 했고, 과학적 검증을 통해 표준 치료가 됐다는 점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복강경 위암 수술은 어떤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나?
거의 대다수 환자에게 적용이 가능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현재 위암 수술의 90%를 복강경으로 한다. 심지어 위암이 복막으로 전이된 말기 환자의 복강 내 항암 치료도 복강경으로 진행한다. 진단 목적으로 복강경을 사용하기도 한다. 치료 전 정확한 병변 확인을 위한 탐색 과정에서 이용한다. 현재 위 상부에 진행된 위암 빼고는 다 복강경으로 진행할 수 있다.
-위암 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의 장단점은?
개복 수술은 수술 시야가 완전히 확보되는만큼 안전하다. 다만 배를 크게 열어야 하다보니 흉터가 크게 남는다. 개복 수술은 가장 기본적인 수술로, 이미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복강경 수술은 개복 수술과 생존율에 있어 차이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흉터가 작고 출혈량이 적다는 건 개복 수술 보다 나은 점이다. 특히 하부 위암에 있어서는 더 안전한 수술로 평가받는다. 로봇 수술은 아직 기존 수술보다 장점이 있다는 확실한 데이터가 없다. 경험적으로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고, 초보 의사들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로봇의 장점이라고 인정된다. 효과와 안전성은 입증해야 한다. 30년간 위암 수술을 한 외과 의사로서 어떤 수술이 좋은 수술이냐 묻는다면 피가 적게 나고 환자에게 안전한 수술이라고 답하겠다.
-위암도 최소의 조직만 절개하는 추세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위암이 상부에 있으면 위 전체를 절제하고, 하부에 있으면 위의 70%를 잘라내는 것이 기본 지침이었다. 그런데 최근 상부 위암에서 위를 다 없애지 않고, 최소한만 절제해 위의 기능을 보존하는 이른바 ‘축소 수술’이 시도되고 있다. 암이 위 중간에 있다면 위와 십이지장 사이의 유문을 보존하는 ‘유문 보존술’도 한다.
먼저 상부 위암으로 위를 완전히 다 절제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식도염이 심해 환자들이 너무 괴로워한다. 위산 역류를 막기 위해 위 상부만 절제한 다음, 남은 위를 식도하고 붙이고, 소장도 끌어 올려 식도와 붙이는 ‘상부 위 절제술’을 도입했다. 이 수술 후에는 음식을 먹으면 위든 소장이든 어디든 내려갈 수 있어, 과거와 달리 위산 역류가 많이 줄었다. 위 상부에 생긴 암에서 상부 위 절제술은 위 전절제술 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다. 물론 상부 위 절제술은 조기 위암에서 시행할 수 있다.
위 중간에 생기는 암은 위의 중간만 도려내고 위의 상부와 하부는 남긴다. 특히 위와 십이지장 사이에 있는 유문을 보존해 덤핑증후군(음식물이 정상적인 소화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소장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오심, 구토 등의 증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댓글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