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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300일 넘도록 의식 없는 아들…부부에게는 '삶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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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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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태어날 때부터 300일이 넘도록 의식 없는 자식 곁을 간절한 마음으로 지키고 있는 한 부부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인천시 서구에 사는 A(33)씨 부부는 아들 '수호'가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매일 아침을 기도로 시작한다.

수호는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 산소 공급이 끊기면서 뇌 손상을 입은 뒤로 의식이 없다.

지난해 4월 예정보다 2달 일찍 세상으로 나온 수호는 생후 306일이 지나도록 울음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전신이 딱딱하게 굳는 강직 현상이 나타나 가족들이 수시로 몸을 움직여 줘야 한다.

A씨 부부는 의사로부터 연명 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차마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면회가 제한된 상황에서 병실에 홀로 남겨진 아이를 향한 미안함이 컸다.

A씨는 27일 "수호를 하늘로 보내줘야 할지, 붙잡아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웠지만, 아이가 버티고 있는 한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힘든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홀로 싸워온 아이를 일반병실에서 만났을 때 집으로 돌아와 밤새 울었다고 했다.

그렇게 수호는 250여일 동안 병원 2곳에서 치료를 받다가 22가지의 병원 진단을 받고 지난달 퇴원했다.

A씨는 "한때 죄책감으로 견딜 수 없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집으로 돌아온 아이를 보면서 삶의 이유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배 속에서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저희 부부는 항상 죄인이었고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면서도 "수호가 퇴원하고 하루하루 집에서 돌보면서 조금씩이나마 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는 수호가 깨어나면 볼 수 있도록 매일 같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자식 사진을 자랑하고 싶은 영락 없는 '아들 바보'다.

A씨는 저녁마다 아이에게 마사지를 해주며 '잘 지냈는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대화를 건넨다. 다가오는 첫돌에는 조촐한 파티도 열 계획이다.

A씨는 "삶을 살아가는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는데 수호를 낳고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우연히 인터넷 카페를 보고 저희 부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모두 힘내서 좋은 일만 생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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