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오늘 밤 개회식을 시작으로 10월 8일까지 16일간 이어진다. 중국 내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돼 5년 만에 열리는 19회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 선수단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회를 앞둔 선수들은 '징크스'라고 불리는 특정 행동을 꺼리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자신만의 '루틴'을 따르기도 한다. 이 또한 중요한 멘탈 관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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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발간한 선수단 자료집에 따르면 이번 대표팀 선수 1140명 중 166명의 각양각색 징크스와 루틴이 담겨있다. 몇몇을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경기 전 식단을 조절하는 유형이 있다. ▲남자 양궁 김우진(청주시청)은 경기를 ‘말아 먹지’ 않기 위해 국에 밥을 말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또 "과거 시합 전에 빵을 먹었다가 0점을 쏜 기억이 있어서 빵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자 펜싱 송세라(부산광역시청)는 경기 전 아침 식사로 발열 도시락 한 봉지를 꼭 먹는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장구를 착용하고 정비하기도 한다. ▲여자 수영 아티스틱스위밍 이리영(부산광역시수영연맹)은 렌즈를 왼쪽부터 끼는 루틴을 따르고 ▲여자 배드민턴 안세영(삼성생명)도 시합 전 신발 끈이 꼬이지 않도록 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남자 축구 이재익(서울 이랜드 FC)은 경기장에 선을 밟지 않고 들어간다거나 ▲남자 양궁 김우진과 여자 크라쉬 이예주(대한크라쉬연맹)는 숫자 '4'를 쓰거나, 보는 행위를 피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이처럼 운동선수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집착하는 징크스, 실제로 도움이 될까?
◇심리 안정 효과 주지만, 과하면 강박 위험도
보통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경험은 반복적으로 나쁜 일로 일어날 때 징크스와 연관을 짓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징크스나 루틴은 분명한 장점을 가질 수 있다. 루틴을 지킴으로써 긴장감, 불안한 마음 등을 가라앉히고, 계획했던 일에 순조롭게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루틴이 경기나 시험 등 중요한 일을 앞두고 행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루틴이 주는 심리 안정 효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루틴은 약을 먹거나 외출 전 물건을 챙기는 등 평소 잊어선 안 되는 일들을 상기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무기력에 빠진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징크스에 대한 집착도 너무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루틴에 대한 심한 집착은 불안감을 유발하고 집중력을 흩트려놓는다. 강박장애 증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길을 걸을 때도 일렬로 똑바로 걷지 못하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 걷는다거나, 자신의 행동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에도 똑같이 집착하는 경우다. 이는 직장‧사회 생활에도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목표 달성 위한 보조 도구’라고 생각해야
루틴의 긍정적인 효과를 얻으려면 좋은 루틴을 만들고, 적절한 방식으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루틴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보조 도구’라는 생각을 가지는 게 좋다. 본연의 업무를 잊고 루틴에만 빠져있지 않은지, 너무 많은 루틴을 만들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돌아봐야 한다. 또한 목표 의식이 불분명할수록 루틴에 더욱 집착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위해 루틴을 지키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혼자 조절하기 어렵다면 정신과에서 약물치료와 성격치료를 받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강박관념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정신분석과 같은 자신의 문제를 통찰할 수 있는 일종의 성격치료가 효과적이다. 또한 정도가 심하지 않은 강박증은 자신도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강박 또는 편집적 행동을 전문가와 함께 관찰하고 이해하는 단기 역동치료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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