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려 할 때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수영이 좋을까, 러닝이 좋을까?
둘 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지만 최근 전문가들의 주장은 의외로 갈린다. 수영을 연구해온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의 히로 다나카 교수는 “심장을 보호하려면 수영이 러닝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반면 클리블랜드클리닉 스포츠심장 전문의 타만나 싱 박사는 러닝이 심장의 펌프 기능을 강화하고 혈압을 낮추는 등 심혈관계에 뚜렷한 적응을 일으킨다고 설명한다.
수영파 “심장 건강의 핵심은 혈관”
다나카 교수의 주장은 분명하다. 심장 건강을 생각한다면 심장뿐 아니라 혈관의 노화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동맥은 딱딱해진다. 젊을 때는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이 함께 늘어났다가 다시 돌아오지만, 혈관이 굳으면 심장이 같은 양의 혈액을 보내기 위해 더 큰 힘을 써야 한다. 다나카 교수는 수영이 이 동맥의 탄력성을 유지하는 데 특히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수영은 달리기와 달리 팔·어깨·몸통·다리를 모두 사용하는 전신운동이다. 그만큼 많은 근육으로 혈액을 보내야 하고 혈류량도 커진다. 빠르게 흐르는 혈액이 혈관 내벽을 자극하면 혈관이 이완되고 탄력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나카 교수는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3개월간 규칙적으로 수영한 뒤 동맥이 더 유연해지고 혈압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수영 옹호론자들이 러닝과 비교할 때 강조하는 것이 물의 특성이다. 물속에서는 수압이 몸 전체를 누른다. 여기에 몸을 수평으로 눕힌 자세까지 더해져 다리에 머물던 혈액이 심장 쪽으로 돌아오는 데 유리해진다. 다나카 교수는 물속에서 운동했을 때 육상에서 같은 강도로 운동하는 것보다 심장과 혈관 건강이 더 크게 개선된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다카가 교수는 주 3회, 한 번에 30~45분 정도, 빠르게 할 필요도없이 꾸준히 수영하는 것을 권한다.
러닝파 “달리면 심장 자체가 강해진다”
‘러너스 월드’가 지난 6월 소개한 자료에서 클리블랜드클리닉 스포츠심장 전문의 타만나 싱 박사는 꾸준한 러닝이 심장에 실제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달릴 때 심장은 운동하는 근육에 더 많은 산소를 보내기 위해 더 빠르고 강하게 뛴다. 이런 자극이 반복되면 심장은 한 번 뛸 때 더 많은 혈액을 내보내는 방향으로 적응한다. 그 결과 심폐체력이 좋아지고 안정시 심박수가 낮아지며 혈압도 개선될 수 있다.
싱 박사는 이를 근육 운동에 비유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반복하면 골격근이 강해지듯, 러닝을 꾸준히 하면 심장도 계속 증가한 산소 수요에 대응하면서 더 효율적으로 혈액을 펌프질하는 기관으로 적응한다는 것이다.싱 박사는 러닝의 장점을 심장 자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꾸준한 운동은 혈압과 콜레스테롤, 혈당 조절, 체중 관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 요소들이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결정한다.
그는 1만7000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를 소개하며, 주당 560~610분의 중·고강도 운동을 한 사람에게서 심혈관질환 위험이 30% 이상 낮아지는 것과 관련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싱 박사는 이를 “일주일에 10시간씩 운동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심장협회가 권고하는 주 150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
현재 근거만으로 “수영이 러닝보다 심장에 좋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운동의 특성을 놓고 보면 선택 기준은 분명해진다.
혈관 건강과 관절 부담까지 고려한다면 수영에 점수를 줄 만하다. 특히 무릎이나 허리 때문에 달리기를 오래 하기 어려운 사람, 운동을 오래 지속할 방법을 찾는 중년 이후라면 수영은 상당히 좋은 선택이다.
반대로 심폐체력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심장 자체를 강하게 단련하고 싶다면 러닝의 장점이 뚜렷하다. 그리고 굳이 빠르게 달릴 필요도 없다. 싱 박사가 강조하듯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정도의 이른바 ‘이지 러닝’도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수영은 ‘혈관을 지키는 운동’, 러닝은 ‘심장을 단련하는 운동’이라는 서로 다른 강점이 있다. 심장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둘 중 하나를 억지로 고르기보다 자신의 관절 상태와 체력, 그리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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