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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가을 *
우리주
2021.10.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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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가을 *

               나현수


11월 이맘때에 나무에는 본격적으로 단풍이 든다.
7월의 싱그러운 신록의 빛이 서서히 져가는 것을 보면
사람이 가을을 맞이하는 기적의 순간을 생각하게 된다.
사람에게 계절은 선택할 수가 있어
혼자일 때에는 결코 가을을 맞이하지 않는다.
이럴 때 계절은 봄과 여름밖에 없어
추위가 오기 전 여름철새처럼 날개를 펴고
따뜻한 곳에서 둥지를 다시 치기 위해
그간 지냈던 곳을 버리고 매섭게 날아간다.
그러면 철새가 있었던 터에는 적막이 내려
혹독한 추위는 오롯이 남겨진 곳의 몫이 된다.
사람이 물든다는 건 그렇기에 위대한 것이다.
그간 지냈던 곳에 추위가 내려오면
따뜻한 곳으로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접고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기에.
사람이 물든다는 건 그렇기에 용감하다.
잎이 물들어 하나둘 떨어지는 빛나는 초라함을
함께 겨울을 맞이하는 이에게 보여야 하는 것이기에.
그러나 혹독한 한기(寒氣)가 짙게 깔릴수록
땅과 더 밀착해 단단해지는 사람아,
이건 스스로 결정한 우리의 성인식.
그래서 우리의 가을 잎새는 정녕
그토록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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