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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걷는 법부터 바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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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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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말이 있다.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이란 뜻으로, 기초가 약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불안한 척추가 사상누각이라면 굽은 척추는 모래 위에 지은 피사의 사탑이라고 할 수 있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곧 허물어질게 뻔해서다. 특히, 꼬부랑 할머니 질환이라고 알려진 ‘퇴행성 요추 후만증’을 앓는다면 머리 위에 쌀가마니를 얹고 사는 셈이다. 좌식 생활이나 농사일이 많았던 노인들의 유병률이 높은데 허리에 근육이 아예 없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아서 수술이 필요하다. 퇴행성 요추 후만증의 증상, 치료법에 대해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정희 교수에게 물었다.

-등이 점점 굽는 원인은 무엇인가?
척추는 옆에서 보면 s자 형태의 곡선을 이루고 있다. 등 쪽은 살짝 튀어나와 있어 ‘후만’, 허리는 앞쪽으로 들어가 있어 ‘전만’이라고 표현한다. 허리를 과도하게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오랫동안 반복해 후만 정도가 심해지면 ‘자세성 후만증’이라고 볼 수 있다.

자세성 후만증 단계에서 골다공증, 근력 약화, 디스크와 척추 후관절의 퇴행성 변화 등이 찾아오면 ‘퇴행성 요추 후만증’으로 진행한다. 꼬부랑 할머니를 떠올리면 된다. 허리를 잡아주는 근육이 약해지면 엉덩이 근육으로 버텨야 하는 단계가 온다. 그런데 엉덩이 근육까지 한계를 넘어가면 그때는 등이 자동적으로 앞으로 넘어간다. 주로 수십 년간 좌식 생활과 농사일을 한 노인들이 많이 겪는데 한국하고 일본의 환자들이 많다고 보고된다.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어떤가?
정상적인 척추를 가지고 있다면 머리 무게는 고관절이 감당한다. 그런데 후만증이 심해지면 머리의 부하가 고관절 앞쪽에 떨어지게 된다. 앞으로 간 만큼 목 등 다른 신체 부위가 감당해야 하므로 전체적으로 무겁게 느껴진다. 퇴행성 요추 후만증에 이르면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다니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수 있다.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로해지는 건 물론 지팡이나 유모차 등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 활동 반경이 심각하게 줄어드는데 옆에서 보면 안타까울 정도다.

-굽은 등은 자연적으로 안 돌아오나?
자세성 후만증은 가역적이다. 본인의 의지로 운동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반면, 퇴행성 요추 후만증은 비가역적이다. 허리에 있는 근육들이 다 소실되고 척추에 2차적인 변형까지 와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진 허리의 근육은 다시 생기지 않는다.

-퇴행성 요추 후만증의 정확한 증상이 무엇인가?
다음과 같은 4가지 임상 증상이 나타난다. 먼저 환자들은 몸이 앞으로 굽는 것을 이겨내기 위해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어깨를 뒤로 젖히는 자세를 취하고 걷는다. 또 생활할 때 자꾸 팔로 어딘가를 지지하다 보니 팔꿈치에 굳은살이 생기거나 피부가 까매지는 소견을 보인다. 평지는 그런대로 걸을 수 있는데 비탈길을 올라갈 때 특히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너무 힘들어서 자꾸 내려놓는다.

-다른 척추 질환과의 상관관계는 어떤가?
사실 후만증은 거의 끝 단계라고 보면 된다. 젊은 환자들은 디스크 질환을 가장 많이 겪는다. 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에 있는 물렁뼈다. 잘못된 자세로 피로가 쌓이면 돌출되거나 찢어져서 통증을 유발한다. 터진 디스크는 나중에 흡수돼 소멸하는데 이러면 뼈와 뼈 사이가 좁아지고 후관절이나 사이 인대가 두꺼워지면서 신경 통로가 좁아진다. 이게 5060이 많이 겪는 요추관협착증이다. 협착증을 앓는 상태에서 계속 잘못된 자세를 반복하고 등에 근육까지 없으면 후만증으로 발전한다. 요추관 협착증이 반드시 후만증으로 발전하는 건 아니다.

-퇴행성 요추 후만증은 어떻게 진단하나?
따로 조직 검사가 필요한 건 아니다. MRI 결과로 진단한다. 정상인은 MRI를 찍어보면 척추를 지탱하는 다열근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런데 허리가 굽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거나 그런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생활을 해온 사람은 다열근이 지방으로 변해있거나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다. 찢어지고 아무는 과정을 반복하다 더 이상 재생이 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허리를 필 수 있는 힘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상 검사 결과와 함께 앞서 언급한 4가지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정희 교수./사진=경희대병원 제공
-치료 옵션에는 무엇이 있나?
크게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그런데 보존적 치료로 호전됐다는 사례는 드물어 대개는 척추교정술을 적용한다. 기존에는 척추 뼈를 중간 중간 잘라서 각도와 위치를 재접합하는 절골술을 많이 시행했다. 그러나 다량의 출혈과 함께 부작용 발생률이 높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행하지 않는 추세다.

최근에는 전·후방 도달법을 통한 단분절 유합술이 시행된다. 옆구리를 살짝 절개한 다음 뼈 사이의 디스크를 제거해 케이지라고 하는 인공물을 삽입한다. 디스크가 제거됐기 때문에 뼈가 쉽게 움직이는데 척추의 원래 곡선을 만드는 식으로 케이지를 조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척추 수술은 위험하다고 들었다. 합병증 위험은 없나?
척추교정술은 3가지 합병증 유형이 있다. 먼저 척추교정술을 받은 환자 중 적게는 17%, 많게는 62%가 겪는 ‘근위분절후만증’이다. 척추가 수술 받기 전처럼 다시 굽는 것이다. 또 척추의 위아래나 가운데가 부러지는 ‘인접 분절’이 나타날 수 있다. 척추의 불안정성은 물론 통증도 커진다.

다만 전·후방 도달법을 통한 단분절 유합술의 경우 절골술에 비해 합병증 위험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게다가 척주교정술에 앞서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여러 지표들이 개발돼 있다. 후만증이 요추 아래에 발생했거나 흉요추 부위가 유연한 경우, 작은 골반인자(50도 이하)를 보이는 경우에는 전·후방 도달법을 통한 단분절 유합술로 치료율을 높이고 대표적인 합병증인 근위분절후만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수술 후 재활은 어떻게 이뤄지나?
환자 대부분은 다리에 힘을 주고 걷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동년배와 비교했을 때 허벅지, 엉덩이 근육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침대에서부터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에 말썽이 적은 운동부터 시작해 보행, 스쿼트까지 나아간다. 그런데 이 과정이 굉장히 힘들다. 수술 전에 환자들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지팡이, 유모차 도움 없이 잘 걷고 싶은 의지만 있다면 80세가 넘어도 교정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본인 의자가 약하고 재활 운동을 방해할만한 요인이 있다면 수술할 필요가 없다.

-척추 후만증에 가장 안 좋은 습관이 무엇인가?
자세 밖에 없다. ‘NO BLT’를 기억하면 좋다. B는 구부리기(bending), L은 들기(lifting), T는 틀기(twist)다. 세 동작 모두 허리에 직접적으로 부담을 주는 자세이므로 일상에서 피하려고 노력하는 게 좋다. 좌식생활이 척추 건강에 치명적인 까닭이다. 양반다리를 하면 골반이 뒤로 틀어지는데 이러면 허리를 피는 게 힘들어지면서 자동적으로 굽게 된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도 마찬가지다.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이정희 교수./사진=경희대병원 제공
-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제일 어려운 게 운동이다. 수영이나 필라테스 등 허리에 좋다고 알려진 운동들이 많다. 그런데 척추의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고 수영이라고 할지라도 좋지 않은 동작들이 많다. 의료진들이 걷는 게 최고라고 말하는 이유는 제일 쉬우면서 부작용이 적어서다. 물론 걷는 것도 잘 걸어야 한다.

근육은 자기 길이보다 짧을 때 힘을 잘 쓴다. 허리를 굽히면 인근 근육들이 과도하게 늘어나게 된다. 과신연이라고 표현하는데 디스크에도 안 좋지만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면서 근육이 성장하지 않는다. 가슴과 허리를 곧게 펴고 뒤꿈치부터 걸으면 허리 근육이 정상적인 길이로 수축한다. 뿐만이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근육도 자연스럽게 수축하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 걸음걸이 자체가 근육을 성장시키는 운동인 것이다.

-척추 질환 환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디스크부터 협착증, 후만증 등 다양한 척추 질환은 결국 자세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통증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받고 치료받고 하는데 좀처럼 낫지 않는 환자들이 많다. 이유는 대부분 자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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