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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신건강, 일상을 이어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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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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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0)씨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쉬기가 어려웠다. 심장 검사를 위해 만난 의료진은 공황장애 증상일 수 있다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했으나 김씨는 이를 미뤘다. 그러던 그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은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이송된 후였다. 휴직하고 두 달간 치료받으며 증상은 호전됐지만, 그는 회사로 돌아가기가 두려운 상태다.
김씨만의 일이 아니다. 2023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통계에 따르면 자살·자해 시도로 전국 응급실을 찾은 환자의 40%가량이 20~30대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처음 받고,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청년에게는 크게 두 번의 문턱이 존재한다. 정신 건강 상담·치료 현장의 전문가들은 이 문턱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청년들을 살릴 길이라고 말한다.

◇진료 필요하다는데… 병원 찾고 예약하는 건 ‘내 몫’
현재 청년이 정신 건강 문제로 도움받을 수 있는 통로는 여러 곳에 마련돼 있다. 국가건강검진에서는 20~34세를 대상으로 2년마다 우울증과 조기 정신증 검사를 시행한다. 우울증 선별 검사(PHQ-9) 10점 이상이면 검진 결과를 근거로 정부의 정신 건강 심리 상담 바우처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전국에 총 41개소가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 역시 상담 사업을 통해 정신 질환 조기 발견, 사례 관리, 다른 기관으로의 연계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상담과 검사에서 위험 신호가 확인됐다고 곧바로 치료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건강검진에서 PHQ-9 10점 이상이 나와도 심리 상담 지원을 받으려면 당사자가 별도로 정부 바우처 사업을 신청해야 한다.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전문 치료가 필요한 청년이 의료기관 진료까지 도달했는지를 추적 확인하는 체계 역시 부재한 상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소희 대외협력홍보위원장(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은 “상담 기관에서 의료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당사자가 다시 병원을 찾아 예약하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면 치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건강검진과 상담 기관을 통해 초기 위험 신호가 발견되면, 의료기관으로 연계돼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실서 위기 넘겨도, 사후관리 동의 63%에 그쳐
위 사례에서 소개된 김씨는 응급실에서 퇴원하기 전 외래 진료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용을 안내받았다. 그러나 귀가 후 진료 예약을 취소하려 했다. “응급실까지 갔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웠다”는 이유였다. 다음 날 응급실 사례 관리자는 김씨에게 전화해 식사는 했는지, 불안감은 어떤지를 묻고서 예정대로 진료받을 것을 권했다. 김씨는 이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면담과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상담받았다.

문제는 비슷한 위기를 겪은 모든 사람이 김씨처럼 사후관리를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시도자지원팀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 2만2868명 가운데 사후관리 서비스에 동의한 사람은 1만 4414명(63%)에 그쳤다. 시도자지원팀은 “사후관리 미동의자는 개인정보 수집이 불가해 별도 안내나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했다.동의자 중 실제로 사후관리에 1회 이상 참여한 인원도 58.1%(1만3295명)에 그쳤다. 이소희 위원장은 “응급실을 지역 사회 치료로 넘어가는 연결 지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퇴원 후 지역 사회 전문 기관과의 실제 연계율을 높일 수 있는 표준화된 질 관리 지침과 평가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올해부터는 사후관리에 동의한 당사자를 지역 정신건강의학과나 자살예방센터 등 관련 기관으로 연계한 이후, 실제 서비스 이용 여부까지 확인한다.

◇치료 후 다시 일상에 서기까지
김씨는 복직 날짜가 다가오자 잠들기가 다시 어려워졌다. 집중력이 아직 예전만은 못해 당장 주 40시간을 일하는 게 우려됐다. 공황 재발이 두렵기도 했다. 이소희 위원장은 “증상이 나아져도 생활 리듬, 대인관계, 업무 수행 능력까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김씨는 “복귀 초기 2~4주라도 주 3일 출근이나 단축 근무를 시행하며 일상에 서서히 적응할 수 있다면 재발 걱정이 적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치료와 직장 복귀 사이의 공백을 줄이기 위한 ‘단계적 직무 복귀’를 제안하고 있다. 주치의가 임상적 호전 정도와 치료 경과를 평가해 복귀에 필요한 조건을 제시하고, 사내 보건관리자와 기업이 이를 토대로 근무 시간과 업무량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근로자가 일정 기간 근로 시간을 줄일 경우 사업주에게 장려금을 지원하는 ‘워라밸일자리 장려금’ 등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청년들이 의료기관 밖의 일상 공간에서도 도움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0월 10일 정신 건강의 날에 ‘오늘, 마음로그인’ 축제를 개최한다. 번아웃, 불안, 우울로 지친 이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상담·강연·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 위원장은 “청년이 도움을 요청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고,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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