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학교를 폐쇄하면서 빈민가 여학생들이 '생리대'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BBC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다수 주에서는 여성들의 '위생적인 생리'를 위한 정부 계획에 따라 국공립 중·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에게 생리대를 무상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인도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조치로 학교도 문을 닫으면서 학생들은 생리대 없이 생리 기간을 맞는 처지에 놓였다. 학교 폐쇄뿐 아니라 생리대를 생산하는 공장들도 문을 닫으면서 공급망 자체가 막혀버렸다.
이 때문에 학교를 통해 생리대를 지원 받던 빈민촌 학생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BBC에 따르면 인도 여성 중 약 20%만이 생리대를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인구는 위생적으로 생리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문제로 매년 여학생 2300만 명이 학교를 중퇴한다.
생리로 인한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제약된다는 국내외 여성·시민단체 지적에 2018년 인도 정부는 생리대를 공공재로 분류,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럼에도 생리대를 살 수 없는 빈민층 여성들을 위해 일부 국공립 학교에서 무상 보급할 수 있도록 했다.
델리 북서부 빈민촌 바들리에 사는 학생 프리야는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2월 말 이후 생리대를 받지 못했다. 프리야는 BBC에 "어쩔 수 없이 지역에서 만드는 생리대를 사서 쓰고 있다"면서 "나와 달리 부모님이 직장을 잃어 생리대를 살 수 없는 친구들은 누더기 천을 덧대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마두발라 라와트 인도 여성위생 관련 활동가는 "전염병이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여성들의 생리는 한 달마다 어김없이 찾아온다"면서 "여성들에게 생리대는 음식처럼 필수적인 것인데 정부는 우리의 어려움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근 속에 시민들에게 음식을 배급하듯 생리대도 매달 배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리 위생지원 자선단체 '우먼라이트'는 4월 바들리 등 일부 빈민촌에 유제품과 함께 생리대를 지원했다. 단체는 이달 생리대 10만 개 지원을 위해 기금도 모집했다. 한 생리대 업체도 델리와 펀자브주 등에 생리대 8만 장을 무상 배포했다.
BBC는 인도 정부가 3월 25일 전국적인 봉쇄 조치를 시행하면서 생리대를 '필수품' 목록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전국적인 생리대 공급 부족 현상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인도 현지언론들이 전역 식료품점과 온라인 사이트에서 생리대가 품귀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3월 말이 돼서야 정부는 필수품 목록에 생리대를 추가했다.
이에 인도 집권당인 인도인민당도 델리 등 주요도시의 경찰을 통해 빈민가 여성 청소년·성인들에게 생리대 60만 장을 배포하겠다고 발표했다.
라제쉬 샤 인도 여성영유아위생협회장은 "정부가 공장 운영을 멈추고 도시의 노동자들을 모두 고향으로 돌려보내면서 생산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공장 가동률이 정상화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돼 그 기간 동안 생리대 부족 현상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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