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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서 3년 간 1만명 짐 쌌다…빨라진 '은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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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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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간 5대 대형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짐을 싼 은행원이 약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조기 퇴직으로 ‘은퇴시계’가 빨라진 데다, 수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겨 ‘나갈 수 있을 때 나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도 희망퇴직 활성화에 한몫했다. 일각에서는 점포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 확대를 위해 윗돌을 빼 아랫돌을 괴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ㆍNH농협 5대 은행이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희망퇴직을 통해 내보낸 직원 수는 866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연말과 올해 초에도 2000명에 가까운 뱅커들이 은행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이다. 앞서 지난 연말 하나ㆍ농협은행에선 369명, 356명이 희망퇴직으로 나갔다.

국민은행은 이날 중 희망퇴직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 초 613명이 희망퇴직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도 이달 말 희망퇴직 최종 인원을 결정한다. 지난해엔 230명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은 이달 말 300여명을 내보내는 선으로 계획을 잡았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의 희망퇴직자 수가 지난해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최근 3년 여간 퇴직자는 9760여명으로 추산된다. 정년퇴직과 같은 자연감소분은 뺀 수치다.

최근 은행권 희망퇴직은 노사 간 큰 충돌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과거 대규모 구조조정 진행 시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이 있었으나 현재는 특별퇴직금, 재고용 기회, 자녀 학자금 등 혜택이 커 직원들의 신청이 몰릴 정도다.

2017년 2795명을 내보낸 국민은행이 대표적. 당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L0’ 직군 등에 대해서도 근무기간과 관계없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별 탈 없이 마무리했다.

같은 해 우리은행도 민영화 이후 첫 희망퇴직을 받아 1011명 잡음 없이 내보냈다. 특별퇴직금을 다른 시중은행 수준(기본급의 30~36개월치)으로 올리자 신청자가 몰렸다는 후문이다.

이후 희망퇴직자에 대한 특별퇴직금 지급과 각종 혜택은 은행권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진행한 하나은행은 1964년과 1965년에 출생한 직원 277명에게 각각 22개월치, 31개월치 평균임금과 자녀 학자금(1인당 최대 2000만원), 의료비(최대 2000만원), 재취업ㆍ전직 지원금 2000만원을 지급했다.

만 15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 92명은 ‘준정년 특별퇴직’ 처리했는데 이들에겐 최대 27개월치 평균임금과 자녀 학자금, 의료비 등을 지원했다.

농협은행의 특별퇴직 대상은 1963년생이거나 10년 이상 근무하고 만 40세 이상인 직원. 농협은 이들에게 평균임금의 20~28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1964ㆍ1965년생 직원 300여명이 희망퇴직하는 우리은행도 각각 평균임금의 30개월, 36개월치를 특별퇴직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국민과 신한은행도 비슷한 혜택을 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의 '꽃'인 부장이나 지점장으로 승진 못할 바엔 수억 원에 달하는 특별퇴직금을 챙겨 나가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은행 입장에선 역 피라미드 구조를 해소할 수 있고, 디지털화를 위한 젊은 직원을 다수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 금융 활성화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고 지점이 감소하는 등 인력 감축 필요성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5대 은행의 영업점 수는 2018년 9월 말 4332개에서 지난해 9월 4286개로 1년 새 46개 줄었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도 희망퇴직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정부는 은행들에 나이든 직원을 내보내고, 청년 고용을 늘리라는 무언의 압박을 계속해 왔다. 은행권은 이에 호응해 매년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5대 은행은 2017년 2437명, 2018년 3408명, 지난해 4190명을 신규 채용했다.

일각에서는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인원만큼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을 놓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은행 경영진은 경기불황과 은행산업 수익성 감소에 따른 인력 구조 개편이라는 큰 틀에서 전략을 짜야 하는데 부모 세대를 내보내고 더 큰 규모로 자녀 세대를 취업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 은행원 수는 큰 변동이 없다. 5대 은행 직원 수는 2018년 9월 말 6만9199명에서 지난해 9월 말 6만8593명으로 606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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