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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의 대명사라고? ‘소시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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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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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엔 소시지마저 귀했다. 그래서 분홍 소시지라도 도시락 반찬으로 딸려오면 정말 행복했다. 사실 소시지가 아니고 어묵인데도 그랬다. 지금도 엄청나게 즐겨 먹지는 않지만 마트에서 소시지를 보면 가슴이 뛴다. 음식평론가이기도 하니 신제품이 눈에 띄면 꼭 한번은 먹어본다.

이런 소시지의 입장이 요즘 난처하다. 초가공식품의 대표로 꼽히고 있다. 매체를 막론하고 초가공식품 관련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초가공식품이란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으나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인간이 빚어낸 식품을 의미한다. 각종 탄산음료나 주전부리로 사랑받는 과자, 심지어 라면마저도 초가공식품에 속한다.

말하자면 소비자의 안녕보다 생산 및 판매자의 이익 추구를 위해 생산 시간을 단축한다든가 유통기한을 늘린 음식이 초가공식품이다. 이들의 약진은 상당한 수준으로, 미국의 경우 섭취 열량 가운데 58%가 초가공식품이다. 우리는 25%이니 아직은 안심할 수준이지만 지중해 인근 이탈리아인들은 10%, 낮출 여지는 충분하다.

초가공식품은 이제 건강 악화의 새로운 원흉으로 등극했다. 심혈관계 건강부터 당뇨나 우울증까지, 한마디로 병의 만물상으로 꼽히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의사를 비롯한 관련 분야 연구자들은 첨가물이 문제의 핵심이라 주장한다. 각종 색소부터 이름도 기억하기 어렵고 용도도 가늠이 힘든 증점제, 유화제 등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소시지도 대량생산 제품이라면 상당 부분 첨가물에 의존하므로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며 건강에 나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모든 소시지가 이렇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사실 요즘의 소시지 세계는 둘로 나뉘어 있다. 공장 제품의 대척점에 소량생산의 소위 ‘아티장’ 소시지가 있다.


이들 소시지는 지난 15~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부활 및 성장한 수제 가공육의 일환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고급 식품으로 꼽고 그리 싸지 않은 가격에 팔리는 이탈리아의 프로슈토 등과 친척 지간으로 비슷한 명성을 누리며 고급 음식 대접을 받고 있다. 사실 소시지는 원래 동물, 특히 돼지를 알뜰하게 먹기 위한 수단이었다.

돼지를 잡아 살코기를 먹고 여기저기에서 나온 자투리 부위들을 갈아 균일하게 만든 다음 내장에 넣어 뭉쳐 탄생시킨 새로운 고기가 바로 소시지이다. 염도를 높이거나 연기를 쏘여 보존성을 높인다. 종류도 다채로와 ‘프랑크’나 ‘비엔나’라 불리는 독일식 말고도 이탈리아로 넘어가면 ‘살라미’라는 명칭 아래 온갖 소시지들이 지역의 명물로 오늘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소시지의 상당수가 국내의 공방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부위도 모를 자투리가 아닌 좋은 고기를 쓰고 완성도도 높다. 몇몇 선구적인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대중 속으로 파고들면서 후발 주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기를 가는 과정에서 올라가는 온도로 인한 부패 위험을 막아주는 아질산나트륨 등 전통 및 필수적인 첨가물만 미량 써서 소시지를 만든다.

거의 모든 현대 식품에게 두얼굴이 있고 소시지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도 공장에서 부지런히 찍어내는 대량 생산 제품이 있는 반면, 그 이전 시대의 전통을 고수 혹은 복원해 만드는 것도 있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덮어놓고 위험을 말하고 두려워하기 보다 지식과 정보를 쌓고 꾸준히 나은 선택지가 있는지 찾아 나서야 한다. 그래야 더 건강하고 즐거운 식생활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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