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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빠졌네, 마운자로?” 비만약 시대의 새로운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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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식단 조절과 운동만이 유일한 정답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약물 치료’라는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했다. 위고비·마운자로로 대표되는 GLP-1 계열 치료제는 인체 내 포만감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늦춤으로써 체중 감량을 돕는다. 이 같은 효과 덕분에 서울 주요 병원가에는 진료를 받으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SNS에는 약물 사용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 국내 출시 첫 달인 지난해 8월 1만8579건이던 처방 건수는 올해 5월 27만3140건으로 약 14.7배로 급증했다.
비만 치료제 대중화와 함께 ‘어떻게 뺐느냐’에 따라 감량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하는 시선도 나타났다. 유명인이 체중을 크게 줄이면 ‘요즘은 약으로 쉽게 뺀다’, ‘진짜 노력해서 뺀 사람들까지 우습게 만든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약물의 도움을 받은 감량을 스스로 노력한 감량보다 덜 정당하게 보는 인식이 깔린 셈이다. 헬스조선은 비만 치료제가 불러온 새로운 편견과 비만 환자들이 겪는 고충을 살펴봤다.

◇‘의지 부족’에서 ‘편법’으로… 끝없는 낙인
오랜 기간 사회는 비만을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 만든 결과물로 치부해 왔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당뇨병학회(ADA)는 비만을 유전적·환경적·생물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식욕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 등 개인의 의지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생물학적 요인도 비만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당뇨병·고혈압·심혈관 질환 등 동반 질환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약물이 개발되고, 환자가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이를 선택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지만 약물 치료를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냉담하다. 비만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던 사회적 혐오가 이제는 ‘약으로 쉽게 뺀 사람’이라는 새로운 낙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국제 비만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체중을 줄였더라도 GLP-1 계열 약물을 사용한 여성은 식이·운동으로 감량한 여성보다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대중이 약물 감량을 일종의 ‘편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 돈이면 PT를 받지”… 비만약 향한 편견
실제 비만 치료제 사용자가 체감하는 사회의 시선은 어떨까. 어릴 때부터 소아비만으로 체중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온 최명호(27)씨는 여러 차례 다이어트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고민 끝에 약물치료를 선택한 최씨는 위고비를 두 달간 투여해 14kg을 감량했고, 6개월간 체중을 유지했다. 치료 과정에서 식단 관리와 운동도 병행하며 감량 효과를 높였다. 그는 “운동과 식단만으로 살을 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오랫동안 직접 겪어왔다”며 “비만 치료제 투여 이후, 몸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씨의 비만 치료제 사용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은 ‘쉽게 살을 빼려 한다’, ‘그 돈이면 PT를 하라’ 등의 장난스러운 핀잔을 건네기도 했다. 최씨는 “건강을 되찾은 성취감은 컸지만, 약물 사용을 편법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아쉬웠다”며 “치료제를 써도 식단과 운동을 병행해야 효과가 있는데, 마법처럼 살이 저절로 빠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약도 치료 수단”… 부정적 인식 개선 필요
문제는 비만 치료제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선택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 국제학술지 ‘당뇨병·비만·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에 발표된 연구에서 GLP-1 계열 약물로 체중을 관리한 1659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약물 치료를 중단하게 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사회적 낙인’이 꼽혔다.

비만을 방치하면 각종 질환의 위험이 커지는 만큼, 필요한 경우 비만 치료제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만 치료제를 향한 부정적인 인식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지샘병원 조영규 일반검진센터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비만은 질병인 만큼,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약물치료를 받으면 노력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시선이 있는데, 이러한 편견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약물 사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용 사실을 숨겨야 하거나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사회 편견이 형성되면,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최씨 역시 “비만 치료제도 고혈압·당뇨병 약처럼 하나의 치료 방법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며 “건강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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