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으로 힘겹게 임신한 아내가 식당 음식 먹고 배탈 났어요.”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음식을 먹고 아파서 병원에 갔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평소 위생관리를 잘 했더라도 식자재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놀란 마음으로 혼란스러운 순간, 손님이 ‘예의 바르게’ 약값으로 쓴 3만~5만원정도 보상만 바란다면 자영업자들은 선뜻 보상해주기 마련이다. 이를 노리고 동일한 수법으로 여러 가게에 접근해 돈을 뜯어낸 사람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북 포항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영양제값 요구한 사례 공유’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최근 6살 딸아이가 독감에 걸린 줄도 모르고 이틀 동안 고열에 시달려 응급실에 가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카카오톡으로 메시지가 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메시지를 통해 “사장님 음식에 의심을 갖는 건 아니지만, 아내가 김밥을 포장해 와서 먹고 계속 토하고 설사해서 약을 사먹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험관으로 얻은 첫 아기”라며 “차라리 몸이 찢어지고 아픈 게 낫지, 무슨 일이 생겼을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A씨는 ‘시험관 아기’라는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덜덜 떨렸다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자신의 아이도 아팠던 터라 그는 B씨에게 “죄송하다. 저희 음식을 드시고 그러셨다니 너무 당황스럽고 무슨 말을 먼저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런데 지금 아이가 고열로 응급실에 가야 해 경황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B씨는 “저희도 마음이 편해서 이런 연락을 드리는 건 아니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로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상태가 괜찮아 약 먹고 회복 중”이라며 “음식값은 내는 게 당연하지만, 아내가 약국에서 산 영양제값 3만7500원은 주셨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A씨는 진료비가 아닌 ‘영양제값’을 요구한 것에 순간 이상함을 느꼈지만, 소액인 터라 ‘그냥 계좌로 입금할까?’하는 고민도 들었다. 하지만 추후에 또다른 문제가 생길까 싶어 양해를 구하고 다음날로 문제해결을 미뤘다.
다음날 A씨는 B씨에게 보험처리를 위한 진료확인증과 진료비 상세내역서, 약제비 영수증을 요구했다. 하지만 메시지를 읽은 B씨는 관련 자료를 보내지 않은 것은 물론, 자신의 연락처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사연을 공개하자 ‘똑같은 수법’으로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졌다. ‘시험관으로 첫 아기를 얻은 아내’ ‘음식을 먹고 토했다’ ‘약값만 보내달라’는 등 내용이 동일했다.
피해자들의 거주지도 다양했다. 전라도에서 가게를 운영한다고 밝힌 C씨도 “똑같은 내용으로 카카오 보이스톡으로 따지더니 실제 전화번호는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식당을 하는 D씨는 “연락왔기에 계좌로 3만1500원 입금했다”고 제보했다. 또다른 자영업자 E씨 또한 “5만원을 입금했다”며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자영업자들은 “그 시간에 일을 해서 돈을 벌지” “저출산을 이용한 사기수법인가” “매장에 흠이 갈까 대응을 안할 수도 없고” “이제는 배탈로 돈 뜯는 사기꾼까지 나오고 장사 힘드네” 등의 의견을 적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연락이 왔다고 사기꾼처럼 대응하면 진짜 환자일 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차분하게 진료비 영수증을 달라고 해야 한다”며 “실제로 돈을 입금한 사장님들은 귀찮더라도 관할서에 신고 접수를 해서 추가 피해를 방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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