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속 장군이나 신하 역할로 익숙했던 베테랑 배우 이원발.
40년 가까운 연기 인생만큼이나 인생의 굴곡도 깊었다.
그가 요즘 더 자주 찾는 곳은 무대도 카메라도 아닌 사람 없는 깊은 산속이다.
두 번의 이혼, 긴 시간 떨어져 지낸 아들과의 서먹함, 감당하기 벅찼던 가족사.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 마음을 그는 산에게 말했다.
산을 오르며 땀 흘리고 숨을 몰아쉴 때, 복잡한 생각이 비로소 사라졌다.
그래서였을까.
“산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살아 있을 수 있었고,산이 없었다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몇 번씩 캠핑카를 끌고 산에 오른다.
산을 내려오면 그가 머무는 집은 캠핑카다.
이동식 냉장고에 김치, 장착형 전자레인지, 침실까지 딱 필요한 것만 갖춘 그의 생활은 단출하지만 정돈돼 있다.
산에서의 ‘비박’도, 캠핑카에서의 하룻밤도 모두 소중한 시간.
“비박은 비박의 맛이 있고, 캠핑카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촬영이 없는 날엔 목적지 없이 길을 달리며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그렇게 홀로 떠돌며 살 거라 여겼던 이원발에게 뜻밖의 인연이 찾아왔다.
지인의 소개로 산중 폭포 아래서 기도를 올리던 무속인을 처음 만났을 때, 30분 넘게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하게 이끌렸다고 했다.
알고 보니 아내 역시 아들을 잃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처음엔 무속인이라는 사실에 놀랐지만,그녀의 솔직함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큰 신뢰를 느꼈다.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안으며 조심스레 시작한 인연은 어느덧 부부가 되었다.
차에서 지내는 생활도, 산을 오르는 일도 불편함 없이 함께하는 아내.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서 더 잘 살아가고 있어요.”
아들과 10년 넘게 떨어져 지냈던 시간.
첫 번째 이혼 후 자연스럽게 멀어진 사이였지만, 지금의 아내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가족으로서의 관계도 회복되고 있다.
아내는 “자기 아들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고, 아들은 “아버지가 웃음을 되찾은 것 같아 보기 좋다”고 말한다.
함께 식사를 하고, 캠핑 이야기를 나누는 저녁 시간은 이원발 배우가 새롭게 찾은 ‘가족의 자리’다.
댓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