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먹던 음식인데 갑자기 맛이 다르게 느껴지거나 음식 냄새가 잘 맡아지지 않는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에서 후각·미각 이상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늘의 밀당레터 두 줄 요약
1.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는 다른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보다 후각·미각 이상 위험이 높습니다.
2. 임의로 중단 말고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후각 이상 위험 81%, 미각 이상 위험 52% 높아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는 다른 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보다 후각·미각 이상 발생 위험을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6년 4월까지 대규모 전자 의료기록 데이터베이스인 ‘TriNetX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당뇨병 환자를 분석했습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 투약군과 대조군을 각각 43만8474명씩 구성한 뒤, 연령과 성별, 인종, 동반질환, 사회경제적 요인 등이 비슷하도록 보정해 최대 2년간 추적 관찰했습니다.
연구 결과,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한 환자는 사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새롭게 후각 또는 미각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48% 높았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후각 이상 위험은 81%, 미각 이상 위험은 52% 각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확한 발생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GLP-1 수용체가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전반에 널리 분포하는 만큼 냄새와 맛을 인지하는 ‘후각망울’과 화학감각 전달 경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GLP-1 수용체 작용제 사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체중 감소와 대사 변화가 감각 기능 변화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GLP-1 치료제가 후각과 미각에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GLP-1 수용체는 식욕을 조절하는 뇌와 장뿐 아니라 미각세포와 맛·냄새, 보상 체계를 처리하는 뇌 영역에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일산차병원 내분비내과 박경혜 교수는 “맛과 포만감은 같은 영양소 감지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며 “GLP-1 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높아지면 이 시스템에 전달되는 신호가 달라질 수 있어 맛과 냄새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앞선 소규모 연구에서는 GLP-1 RA를 사용하는 사람의 미각 기능이 대조군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음식 맛이 달라졌을 때 식사법
미각이 둔해지면 평소보다 음식 맛을 강하게 느끼기 위해 더 달고,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식습관이 이어지면 단순당이나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나 혈당 조절이 어려워집니다. 당뇨병 환자는 미각 변화가 생겼을 때 ‘맛이 안 난다’는 이유로 설탕이나 소스, 소금 등을 추가하기보다 식재료 자체의 풍미를 살리는 방법을 찾으세요. 당분과 염분이 없는 식초, 레몬즙, 고춧가루, 청양고추, 마늘, 허브류, 후추 등을 활용하면 음식의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후각·미각 이상으로 음식의 고유한 풍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식욕이 떨어져 식사량이 급격히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GLP-1 계열 치료제 자체도 식욕을 낮추는 작용이 있기에, 미각 변화까지 겹치면 음식 섭취량이 지나치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광원 교수는 “체중 감량에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여도 단백질과 필수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지면 근육량까지 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근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식사 시 살코기, 생선, 두부, 달걀 등 양질의 단백질을 가장 먼저 섭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임의로 약 끊으면 안 돼
후각·미각 변화가 나타났다고 해서 무조건 GLP-1 치료제 때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감기나 코로나19 감염, 비염·부비동 질환, 구강질환, 다른 약물 등도 후각과 미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박경혜 교수는 “GLP-1 약제의 대사·심혈관 이득이 크므로 임의로 투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비염·부비동염 등 이비인후과적 질환이나 아연 결핍 등 이차적 원인이 없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치료제를 사용하는 중 음식 맛이나 냄새가 이전과 달라졌다면 증상이 언제 시작됐는지, 약을 시작하거나 용량을 변경한 시점과 관련이 있는지 기록해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식사량이 크게 줄 정도로 심하다면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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