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이제 슬슬 연말 모임 일정이 생겨나는 요즘 같은 때에는 한방 소화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만성적인 소화불량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고, 그 나름의 주된 이유에 따라 치료 방식과 처방이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급성 소화불량에 사용하는 처방에는 대표적으로 들어가는 한약재들이 있으니, 바로 산사, 신곡, 맥아 3총사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사실은 산사와 신곡, 맥아가 각기 소화를 맡은 음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육류 소화를 맡은 산사는 산사나무의 열매다. 가을이면 빨갛게 익는 작은 열매로, 생김새가 작은 사과를 닮았다. 새콤한 맛이 특징인 산사는 예부터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소화약이었다. 우리가 고기를 재울 때 파인애플과 같은 새콤한 맛의 과일을 넣어 연육 작용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탕후루가 원래 산사 열매를 이용한 중국의 전통 간식이라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소화를 돕는 약재로 사용하면서 설탕에 절이거나 다양한 간식으로 만들어 즐겼다. 산사 열매를 꼬치에 꽂고 설탕물을 입혀 굳힌 것이 바로 탕후루다.
산사를 이용한 음식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바로 전통주인 산사춘이다. 산사춘은 산사 열매를 활용해 빚는 술로, 산사 특유의 새콤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산사가 들어갔다고 해서 탕후루나 산사춘을 소화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는 신곡이다. 이름만 들으면 신비로운 곡식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신곡은 곡물을 발효시켜 만든 한약재다. 밀가루나 밀기울에 청호, 창이초, 요자 등의 식물성 재료를 혼합해 발효시킨 것으로, 쉽게 설명하면 한약재로 만든 누룩이라고 할 수 있다.우리 조상들이 술을 빚거나 장을 담글 때 발효의 원리를 이용했던 것처럼 신곡 역시 발효의 지혜가 담긴 약재다. 한의학에서는 신곡을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비위의 기능을 조화롭게 하는 소식화위(消食和胃)의 효능이 있는 약재로 분류한다. 전반적인 음식물의 소화를 모두 돕지만 특히 곡류나 밀가루 음식 등을 먹고 체했을 때 활용해 왔다.
마지막으로 맥아는 보리를 발아시켜 만든 한약재다. 보리에 물을 주고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면 싹이 트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는 아밀라아제 등의 효소가 활성화된다. 한의학에서는 맥아를 소식건위(消食健胃)의 효능이 있는 약재로 분류하며, 밥이나 떡과 같은 곡류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활용해 왔다. 맥아는 엿기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식혜를 만들 때 사용하는 그 엿기름이다.
산사, 신곡, 맥아는 각각 특징이 다 대부분의 처방에서는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의사들이 아이들의 소화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재의 3~5위가 산사 신곡 맥아이기도 할 만큼, 자주 쓰이고 함께 쓰인다.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의 경우 차처럼 끓여서 복용해도 별다른 문제없이 소화 기능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 다만,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고 해서 산사, 신곡, 맥아와 같은 소도지제를 많이 복용하는 것은 절대 좋지 않다. 산사는 신맛이 강해 위산 역류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맥아는 수유 중인 여성이라면 사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만성 소화불량은 반드시 한의사와의 진료를 통해 근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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