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받은 과일 선물세트는 보기 좋게 포장된 상자째 그대로 두기 쉽다. 그러나 여러 과일이 섞인 세트라면 종류별로 나눠 보관하는 편이 좋다. 과일마다 숙성 속도, 에틸렌(과일이 익고 물러지는 과정을 빠르게 하는 식물 호르몬)에 반응하는 정도, 알맞은 보관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과일상자에서 사과부터 빼내야
우선 사과부터 분리하는 게 좋다. 사과가 내보내는 에틸렌이 주변 과일의 숙성 시간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수확한 뒤에도 에틸렌을 비교적 많이 내뿜으며, 냉장고에 넣어도 에틸렌이 계속해서 나온다. 만약 덜 익은 키위나 아보카도를 빨리 익혀 먹고 싶을 때는 사과와 함께 두면 후숙(수확 뒤 과일을 익히는 과정)이 빨라질 수 있다. 반대로 오래 두고 먹을 과일이라면 사과와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단감·키위는 특히 멀찍이 두어야
단감과 키위는 에틸렌에 특히 민감한 과일이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여도 사과처럼 에틸렌이 계속해서 나오는 과일 옆에 오래 두면 예상보다 빨리 물러질 수 있다. 학술지 ‘수확후생물학과기술(Postharvest Biology and Techn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단감을 온도 20도에서 에틸렌에 하루 동안 노출하자, 과육의 단단함이 떨어지고 껍질색도 달라져 외부 에틸렌이 단감을 빨리 무르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키위는 더 예민하다. 학술지 ‘수확후생물학과기술(Postharvest Biology and Techn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키위를 0도에서 보관하며 에틸렌에 계속 노출하자, 과육이 더 빨리 물러졌다. 덜 익은 키위를 빨리 먹고 싶을 때는 사과 옆이 도움이 되지만, 추석 내내 두고 먹을 키위라면 사과와 따로 보관하는 게 낫다.
◇같은 상자라도 ‘갈 냉장고’ 다르다
과일마다 보관하기에 적정한 온도가 다르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과, 배, 포도, 단감은 0도 전후의 낮은 온도에 비교적 강해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알맞다. 복숭아는 품종에 따라 5~10도 정도가 적당하다.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같은 열대과일은 덜 익었을 때 냉장고에 바로 넣기보다 실온에서 후숙한 뒤 먹는 편이 좋다.
눌리거나 상처 난 과일도 골라내야 한다. 중국 간쑤농업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사과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내자 상처 부위에서 에틸렌 합성과 관련된 유전자 활동이 늘었고, 실제 에틸렌 합성도 촉진됐다. 상처 입거나 병충해에 걸린 과일은 스트레스로 에틸렌 발생이 증가할 수 있어 보관 전에 골라내 먼저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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