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물건은 번쩍 드는데, 조금만 걸으면 다리가 쉽게 풀리는 사람이 있다.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 번 세게 힘을 내는 능력과, 그 힘을 반복해서 오래 쓰는 능력은 다르기 때문이다. 후자를 근지구력(근육이 반복해서 힘을 쓰며 버티는 능력)이라고 한다.
◇사망 위험과도 연관 있는 ‘근지구력’
악력이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힘은 근육이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힘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최대 힘보다 근육을 반복해서 오랫동안 사용하는 일이 많다. 버스 정류장까지 걷고, 계단을 오르고, 집안일을 하는 동안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을 계속 움직인다. 이처럼 같은 근육을 반복해서 쓰며 버티는 능력은 체력 문제가 아니라, 노년기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학술지 ‘노년학저널A: 생물과학·의학(The Journals of Gerontology: Series A, Biological Sciences and Medical Science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71~82세 노인 1963명에게 무릎 펴기를 30회 반복하게 한 뒤 장기간 추적했더니, 무릎 펴기를 어려워할수록 400m 걷기나 계단 오르기를 쉬지 않고 하는 동작이 어려워질 위험은 22%, 사망 위험은 21% 높게 나타났다.
근지구력이 떨어질 때는 처음부터 동작을 아예 못 하는 것보다, 하던 일을 이어갈수록 힘이 빠지는 식으로 나타나기 쉽다. 예전에는 쉬지 않던 거리에서 한 번씩 멈추거나, 장보기·청소를 한 뒤 허벅지나 종아리가 풀리는 게 대표적인 예시다. 같은 산책길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쉬는 지점이 점점 앞당겨진다면 근육의 최대 힘보다 근지구력을 먼저 의심해볼 만하다.
◇근지구력 키우려면 하체 큰 근육 반복 사용을
근지구력은 운동으로 키울 수 있다. 핵심은 허벅지, 엉덩이처럼 몸을 지탱하는 큰 근육을 체력에 맞게 반복해서 쓰는 것이다. 초반부터 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령이나 운동기구를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나 앉기, 벽을 짚고 무릎 굽혔다 펴기, 낮은 계단 오르기, 탄력밴드 당기기처럼 근육에 적당한 부담이 걸리는 동작부터 시작하면 된다. 학술지 ‘노년학·노인의학 기록(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중년·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저항운동(아령, 탄력밴드, 자기 체중 등으로 근육에 부담을 주는 운동) 연구 15편을 종합했더니, 저항운동을 한 사람들은 상체와 하체의 국소 근지구력(특정 근육이 반복 동작을 버티는 능력)이 모두 좋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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