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Push
‘100% 땅콩’이라는 땅콩버터, 좋기만 할까?
⚽️⚽️축구⚽️⚽️
2025.06.13 17:32
95

‘땅버’ 땅콩버터가 건강 음식으로 요즘 두드러지게 각광을 받고 있다. 나름 유서 깊은 역사를 감안하면 새삼스러운 면이 좀 있기는 하다. 이미 14~15세기 아즈텍이나 잉카 문명에서는 볶은 땅콩을 갈아 먹었다. 짧게 잡아도 1884년에 이미 캐나다 몬트리올의 마르셀러스 길모어 에드슨이 특허를 취득해 우리가 먹는 현대 땅콩버터의 입지를 굳혔다.

현대의 땅콩버터는 20세기 들어 먹고 사는 형편이 어려울 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고기가 부족했던 시절 좋은 대용 식품이었다. 그런 가운데 혈당지수도 낮고 심지어 경작에 물도 적게 들어 이래저래 쭉 사랑을 받았어도 무리가 없을 음식이다.

땅콩버터에게 운명의 순간은 1929년 찾아왔다. 화학자인 조셉 L. 로젠필드가 땅콩버터의 기름이 분리되지 않는 공정을 발명한 것이다. 핵심은 부분경화유의 소량 첨가였으니, 그는 특허를 제조업체에 라이센스화해 1928년 ‘피터 팬’ 브랜드의 땅콩버터가 탄생하는 데 공헌했다. 로젠필드는 이에 그치지 않고 1932년 자신의 브랜드인 ‘스키피’를 출범시킨다.

로젠필드가 땅콩버터의 핵심 기술을 발명한지 백 년이 조금 지났는데, 요즘은 부쩍 무시를 당하는 분위기다. 진정한 건강식품을 추구한다며 ‘첨가물 없는 100% 땅콩버터’를 내세우는 브랜드들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첨가물’이라는 말만 들으면 화학이나 공업 같은, 식품에 해로울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이들이 많겠지만 100% 땅콩버터는 그다지 좋은 제품이 아니다.


일단 간부터 맞지 않는다. 세상 모든 식재료는 소금이나 설탕으로 간을 해야 맛이 살아나는데 전혀 쓰지 않았으니 금방 물려 버린다. ‘어차피 고열량이니 많이 안 먹는데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반박할 수 있지만 꼭 필요한 만큼만 먹더라도 맛의 만족도가 확연히 다르다. 대체로 ‘100% 땅콩’을 추구하지 않는 제품은 소금뿐 아니라 설탕도 같이 써 맛의 만족도가 훨씬 더 높아 되레 덜 먹게 된다.

한편 앞에서 언급했듯 100% 땅콩버터는 기름이 분리되어 버린다. 밀봉된 제품의 윗면에 노란 기름층이 떠 있으면 소위 “자연” 땅콩버터인데, 이론적으로는 휘저으면 섞이지만 기름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땅콩버터가 워낙 뻑뻑해 힘을 많이 줘야 한다. 그렇게 애써 섞어도 매끄럽지 않고 두면 또 다시 분리되어 버린다. 그러다 보면 나중엔 아주 단단한 간 땅콩 덩어리만 남아 먹는 즐거움이 사뭇 떨어진다.

로젠필드가 쓴 부분경화유는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는 트랜스지방으로 이제는 금지되어 쓸 수 없다. 따라서 요즘의 제품에는 면실유나 야자유 등을 써 기름 분리를 막고 부드러운 질감을 보장해준다. 전체 땅콩버터 무게의 1% 수준이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건강을 위해 땅콩버터를 영양보조식품처럼 먹는다면 맛도 질감도 우월한 일반 대량생산 제품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땅콩버터는 상온에서 최대 9개월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지방 위주에 수분이 적어 부패가 잘 안 되고, 냉장보관하면 부드러움이 가시므로 상온 보관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땅콩버터는 보통 땅콩 건더기가 든 ‘크런치’와 안 든 ‘크리미’로 양분되는데 전자가 땅콩 덕분에 섬유질이 좀 더 많이 들어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댓글 (0/400)자 이내 저장됩니다.)

댓글 7

구글 추천 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