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Push
타다·택배기사 이어 경찰까지.."맘에 들어요" 공포의 카톡
나비맘222
2019.07.22 09:16
405

여성들 개인정보 보호 안돼 불안
음식 배달원 "따로 만나자" 문자
택배기사 "맛난 거 사 가도 되나"
안심번호도 본인이 걸 땐 정보 노출

“마음에 들어요.”
지난 5월 13일 20대 여성 A씨는 음식 배달원에게 갑작스러운 문자를 받았다. 이 배달원은 그날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40분까지 “마음에 드니 사적으로 따로 만나자”는 문자를 지속해서 보내왔다. 원룸에서 혼자 살던 A씨는 자신의 전화번호와 거주지, 얼굴이 노출된 것에 불안감을 느껴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이 배달 대행업체 직원을 여성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자를 반복적으로 보낸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입건했다.

30대 주부 B씨는 지난 2017년 택배기사의 연락을 받았다. 당황한 B씨에게 택배기사는 “맛난 거 사서 놀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결혼해서 아이가 있다”는 말에도 “자주 뵙자”고 답하는 택배기사의 태도에 B씨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B씨는 “사는 곳이 시골의 전원주택인데 갑자기 저런 문자가 와서 당황했다”며 “카카오톡에 사진이 떠서 보니 나이 지긋한 아저씨였다.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살고 있는 집까지 아는데…"
C씨(30대 여성) 역시 지난해 11월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를 이용했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운전기사는 C씨가 차량을 이용한 다음 날 “시간 날 때 잠깐 만나고 싶다”며 연락해왔다. C씨는 “제 번호 어떻게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강력하게 회사에 항의하겠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운전기사는 “차에 타기 전 전화 줘서 번호를 알게 됐다”며 “투자정보 안 알려 줄 것 같으면 연락할 일 전혀 없다”고 말할 뿐 사과하지 않았다. C씨는 “하는 일을 물어보기에 ‘투자 쪽에 있다’고 말한 게 전부”라며 “계속 이것저것 묻기에 무시했는데 이런 일을 겪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서 타야 할지 물어보려고 050으로 시작된 안심번호로 전화했다. 운전기사 전화번호도 몰랐다”며 “집에서 내렸으니 운전기사는 내가 어디 사는지 알 수 있는데 두렵다”고 덧붙였다.

C씨는 지난 5월 국민신문고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고, 경찰로부터 “운전자가 서비스 목적과 다르게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타다 측은 “드라이버 업무 규정에 금지 행위로 명시해놓은 사항”이라며 “승객에게 사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경우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다. 실제 해당 드라이버는 바로 계약 해지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심번호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적용되지만, 이용자가 먼저 드라이버에게 전화할 경우에는 번호가 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는 모바일 시대지만 이 편리함 뒤에 방치된 개인정보보호의 취약성으로 인한 피해도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2018 개인정보보호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2500명 중 “지난 1년간 개인정보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65%였다. 이 가운데 개인정보 무단 수집과 무단 이용 피해가 절반가량에 달했다. 택배기사, 운전기사 등은 고객의 연락처뿐 아니라 사는 곳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연락을 받은 이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안심번호, 본인이 걸 때는 무용지물
특히 ‘안심번호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연락처 유출이 완벽하게 차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안심번호 서비스는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050’ 등으로 시작하는 일회용 번호로 대체하는 시스템이다. 휴대전화 번호에 일시적으로 부여된 안심번호로 전화를 걸면 본인의 휴대전화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는 걸려오는 전화에는 적용되지만, 본인이 전화를 걸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문가는 고객이 먼저 전화를 걸 때도 안심번호 서비스를 적용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법률상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전화번호의 거짓 표시를 금지한 조항이 있고,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문변호사인 장준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택배 기사는 안심번호로 전화하지만, 내가 그 사람에게 전화하면 나의 진짜 번호가 뜬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없다”며 “번호 노출을 막기 위해서는 먼저 전화를 걸지 않거나 발신 전화 표시 제한 방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다만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을 때 명시적으로 ‘다시 한번 연락하면 문제 삼겠다’고 했는데도 계속 연락이 온다면 스토킹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원실 경찰관이 '맘에 든다' 카톡
한편 최근에는 경찰관이 여성 민원인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여자친구가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기 위해 고창경찰서 민원실을 찾았다가 경찰로부터 ‘마음에 들어서 연락하고 싶다’는 카톡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전북 고창경찰서는 민원실 소속 순경의 행동을 ‘공무원의 품위를 위반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조만간 부서 이동과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 처벌 대상에 해당하는지 살펴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면 수사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2017년 B씨가 택배기사에게 받은 문자메시지.

지난해 11월 C씨가 '타다' 운전기사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고창경찰서 민원실 순경이 지난 17일 여성 민원인에게 보낸 카톡 메시지

댓글 (0/400)자 이내 저장됩니다.)

댓글 5

구글 추천 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