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 걸음마가 이렇게 대단한 일인지 처음 알았어요."
2년여 전 급성 심근염으로 심정지를 겪었던 박초희(33)씨는 중환자실에서 나온 뒤 처음 걸었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몇 발자국만 걸어도 심박수가 분당 150회까지 올라가고 땀이 쏟아졌다. 다시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다행히 꾸준한 재활 끝에 이제는 어린이집 교사로 복귀해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올림픽공원 피크닉장에는 박씨처럼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회복한 환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대한중환자재활학회가 개최한 '제1회 중환자 회복 희망 걷기대회(ICU RECOVERY WALK)'다. 이날 행사에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총 110여 명이 참여했다. 정치량 대한중환자재활학회장, 나성원 대한중환자의학회장, 신희석 대한재활의학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정호영 셰프와 김형석 셰프도 함께해 환자들을 응원했다.
한때 중환자실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웠던 환자들이 이날은 그동안 자신을 돌봐준 가족·의료진과 나란히 걸었다./사진=대한중환자재활학회 제공
참가자들은 단체 티셔츠를 입고 1km와 2km 코스를 나누어 걸었다. 반환점에서는 잠시 쉬며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때 중환자실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웠던 환자들이 이날은 그동안 자신을 돌봐준 가족·의료진과 나란히 걸었다. 걷기를 마친 뒤 중환자 재활 관련 퀴즈와 회복 경험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에게는 완주 메달이 수여됐다.
◇심정지 딛고 걸음마부터… "첫 월급 받고 의료진 찾았다"
박초희씨는 2024년 1월 독감을 앓은 뒤 급성 심근염이 발생해 심정지까지 겪었다. 여러 병원을 거쳐 같은 해 3월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당시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등 생명유지장치의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상태가 위중했다. 의식을 되찾은 뒤에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오랜 중환자실 치료로 근력이 크게 떨어져 다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웠다. 박씨는 "처음에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 앞으로 휠체어를 타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며 "재활실에서 보조 기구를 잡고 발을 디뎠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복의 시작은 중환자실에서부터 이뤄진 재활이었다. 의료진은 박씨의 상태에 맞춰 팔다리를 움직이고 앉고 일어서는 연습을 도왔다. 젓가락질과 단추 채우기처럼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도 하나씩 익혔다. 박씨는 "의료진이 계속 다리를 움직여주고 걸을 수 있다고 격려해 줬다"며 "꾸준히 재활하면서 다시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퇴원 후에도 어머니와 함께 매일 걷기 운동을 하며 체력을 회복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 서로 울고 다투기도 했지만 재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일상을 되찾은 그는 약 3개월 전 어린이집 교사로 복귀했다. 최근에는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자신을 치료했던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이번 걷기대회 소식을 듣고 참여했다. 그는 "다시 아이들과 지내니 웃을 일이 많아졌다"며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댓글 3